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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보이지 않는 신경전

1월 부터 학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센터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전 센터에서보다 나의 근무 시간과 역할은 줄어들었지만 경력을 쌓고 4대보험도 넣을 수 있어서 선택했다.

 

어디에 있든 아이들은 늘 사랑스럽다.

오히려 이전 센터보다 군기가 (?) 들어보여 다루기엔 편한 부분도 있다.

7-8명의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다 4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돌보려니 여간 후달리는 게 아니다.

 

하지만 기쁜 마음이다.

새로운 인연과 만남을 이어가고 내가 사랑을 주고 그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것이 나를 들뜨게 한다.

 

 

두 달 남짓 된 지금,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볻보다 긴밀한 호흡이 필요한 교사들과의 관계가 걱정스럽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사들이 아니라 한 교사.

나는 어디가서 모난 성격이란 말은  좀체 듣지 않지만

무표정일때는 냉정하고 차가워 보여 쉽게 다가서기 힘들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되도록 웃으며 인사하고 말을 건네는 쪽도 주로 내가 한다.

이곳의 종사자는 대부분 친절하고 나와는 관계도 좋다.

 

단 한명, 그녀를 빼고는

 

그녀는 어찌보면 내 자리를 낚아 채간 사람이다.

 

처음 면접을 볼때 내가 원했던 자리가 지금의 그녀 위치였더랬다.

 

하지만 나보다 몇 년 정도 더 이곳에서 근무를 했으니 아무래도 일자리의 편의도 그녀를 위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다.

 

처음엔 그녀와 친하게지내고 싶어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차를 함께 마실까 간식이나 식사를 함께 할까 기회를 엿보기도 했지만 함께 근무하며 알게된 다른 선생님이 그녀를 불편해하거나 서로 그럴 타이밍이 맞지 않아 좀체 둘이서 있게 될 기회는 없었다.

 

어쩌다 둘이 있게 되어도 나는 늘 많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시달리는 쪽이었으므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간단한 문답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고작 이름, 나이, 결혼여부, 집, 종교, 친구관게 뭐 이런 기본중에 기본 정도였다.

그나마 내 질문에 대답만 한 것이니 아마 그녀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을 것이다.(실제로 그녀는 내 이름도 모르더라.)

 

가령,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한쪽이 물으면 대답하고 다시 같은 질문을 상대방에게 하여 이야기의 맥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인데 내가 " 선생님은 댁이 어디세요?" 하고 물으면

 

"네, xx동이에요." (선생님은 어디 사세요? 가까우세요? 하고 물을 수 있잖아.)

"실례지만 나이는 어떻게되세요?"

"26이요." (선생님은요? 하고 물을 수 있잖아.)

"......"

"....."

"아, 그럼 여기서 오래 일하신 거에요?"

"1년 반 정도 됐어요."(선생님은 이런 센터 근무가 처음이세요? 이럴 수 있잖아.)

"....."

"....."

"센터장님께 들으니 최근 결혼 하셨다던데 언제 했어요?"

"작년 12월에 했어요."(선생님은 자녀분이 몇이신가요? 할 수도 있잖아.)

"어머나, 좋겠다. 완전 신혼이네요."

"네."(웃으며 겸연쩍어하거나 나에 관해 이름 정도는 물을 수 있잖아.)

"혹시 커피 좋아하시나요? 나중에 함께 차 마실까요?"

"저 커피 집에서 많이 마시고 나와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뭐 이런 식이다.

 

아마도 그녀는 다소 사교적이지 않은 성격이거나 나를 싫어하거나 내가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어렵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직 낯을 가리는 20대 젊은 여성이라 그럴 수도 있다.

 

어느쪽이건 나로서는 반드시 그녀와 친해져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다.

단지 친하면 근무지  분위기가 좋아지는 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냥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크게 침범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그녀가 거슬리는 하이톤으로 아이들을 호령하고 때로는 들어와서 인사는 커녕 쳐다도 안봐도 그러려니 했다.

뭐 딱히 대접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니 내가 먼저 인사해야 그걸 받는 식이다.

 

피곤하다, 나중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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