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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보이지 않는 신경전 3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보통은 직장을 바꾸게 되면 늦어도 3개월이면 적응이 완료되는데 나는 아직 적응 중이다.

하루 4시간 일하는 것이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것 이상으로 힘든것을 보면 말이다.

 

 

내가 이렇게 힘든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일 자체보다 대부분 사람 사이의 일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일을 할때 대인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이란 얘기겠지.

 

앞서 말한 그녀와의 관계는 약간이나마 편해졌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내 노력이 조금 보태졌는데 불쾌한 기억일수록 일부러 잊어버리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어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그녀가 내 신경을 엄청 건드린 일이 또 있었다.

 

너무 화가 났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모르니 무턱대고 불만을 표시할 순 없었다.


대신에 나는 그 날 퇴근 후 집 근처 수퍼에서 달달한 음료수 12개를 샀다.


다음 날 근무지에서 만나는 모든 선생님들께 힘들땐 달달한 게 최고라며 하나씩 돌렸다.
물론 그녀에게도.

 

 

 

그러자 그녀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것도 무려 먼저!
효과가 너무 빨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선생님, 지난 번에 좋아하신다던 게임 아직도 하세요?"


뭐니, 그 얘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하던 얘기잖아. 그렇게 할 말이 없었냐.

 

그렇지만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해줬다.
"아뇨, 그건 재미 없어 그만 뒀어요.대신 다른 거 하고 있어요."

 


그 뒤로 몇 마디 나눈 게 다지만 이후의 나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

 

출근할 땐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인사한다.
내 얼굴이 웃어서 그녀도 따라 웃는 건지도 모르지만.

 

애들이 말을 안들을때면 나 대신 언성을 높여준다.
"니들, 선생님 지금 힘드신거 안보여? 제대로 안할거야?"

 

내가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싶으면 자기가 하던일을 그만두고 달려와 지원도 해준다.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다지 그녀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녀와의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쓴것도, 많은 노력을 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꽤
그럴싸해졌다.


더이상 예전처럼 그녀만 보면 피하고 싶다거나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것이다.


어쩌면 그녀도 나와의 불편한 관계가 싫어서 가까워지는 계기가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싸가지 없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동료라는 건 가까워도 좋지만 멀어도 나쁜 관계만 아니라면 괜찮은 것이다.


상대가 내 맘에 들고 나와 코드가 맞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기관의 특성상 이곳은 여러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는 곳이다.
3달 동안 거쳐간 실습생만 6명이고 외부강사도 그쯤 된다.
이번 주엔 사회복무요원 두 명과 새로운 실습생이 배치된다.

 

그리하여 이런 곳에서 가뜩이나 사람 관계에 예민한 내가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들이는 에너지만큼이나
지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해에 세운 목표가 이미 흐지부지 되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것이다.

 


자, 이제 직장일은 그만 신경쓰고 개인적 목표를 향해 달려야지?

 


 

HEART
2017-06-22 00:31:52

비밀 댓글.
만년아가씨
2017-07-12 12:58:36

비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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