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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물의 신 하백에 얽힌 이야기

위문후(魏文侯) 때 서문표(西門豹)는 아주 유능한 관리로 명성이 높았다.  그에 관한 다음의 일화는 그의 탁월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

서문표가 업(鄴)이라는 곳에 영(令)으로 부임하였다.  그는 업에 부임하자 백성들이 심히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서문표는 장로들을 모아놓고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해마다 하백(河伯:물의 신)에게 아내를 바친다고 하여 많은 폐해가 있습니다."

서문표가 그 자세한 전말을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 고을의 삼로(三老:한 고을의 교화를 맡은 자)와 아전들이 하백에게 아내를 바친다고 하면서, 해마다 그 비용을 백성들에게 배당하는데, 그렇게 해서 수십만전(錢)을 모읍니다.  그중에서 일부는 하백의 아내를 맞는다고 하여 사용하고, 나머지는 그 행사를 같이 벌이는 무당과 나누어 가집니다.  그때가 되면 무당은 남의 집에 가서 아름다운 딸을 골라 이 여자는 마땅히 하백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곧 폐백을 보내어 데려가 목욕을 시킵니다.  그리고나서 비단옷을 입히고, 재계(齋戒)를 시켜 기다리게 하지요.  마침내 날이 오면 물에 띄울 궁을 짓고, 붉은 장막을 친 다음 여자를 그 안에 두고, 쇠고기와 술과 밥을 준비하여 십여일 동안 마치 시집가는 것처럼 합니다.  그리고나서 물위에 그것을 띄우면 수십 리를 흘러가다가 마침내 물에 잠기게 됩니다.  이 때문에 딸을 가진 부모들은 무서워서 이 지방을 떠나버리게 되었고, 그래서 성안에 사는 사람이 적어지게 된 것입니다.  삼로와 아전들과 무당들은 말하기를 만약 하백을 위해 아름다운 여자를 바치지 않는다면 물이 와서 백성들을 파묻어 빠지게 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서문표는 그 말을 듣고는 말하였다.

"그때가 되거든 나에게도 알려 주시오.  나도 보고 싶으니까."

마침내 그때가 되었다.  서문표가 행사장으로 가보니, 거기에는 삼로와 지방관리들과 유력자들이 모여 있고, 또한 2, 3천 명이나 되는 구경꾼들도 모여들어 있었다.  무당의 나이는 칠십쯤 되어 보였는데, 그녀에게는 십여 명의 여자 제자들이 있어서 그녀를 돕고 있었다.

서문표가 말했다.

"자, 하백에게 바칠 여자를 데리고 오라.  내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리라."

곧 장막 안에 있던 여자가 불려 나왔다.  서문표는 그 불행한 여자를 보더니 '내가 보니 이 여자는 별로 아름답지가 않구나' 하더니,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기로 하자.  큰무당 할멈은 이제 하백에게 가서 이렇게 보고하도록 하여라.  새로이 더 아름다운 여자를 구해서 며칠 뒤에 보내겠노라고."

서문표는 말을 마치자마자 큰무당 할멈을 안아서 물속에 던지게 하였다.  그리고나서 좀 있더니 서문표는 다시 '왜 무당 할멈은 이토록 오래 있느냐?  제자가 가서 재촉하여 데리고 오도록 하여야겠다' 하더니, 이번에는 제자 한 사람을 물속에 던지게 하였다.  그리고는 짐짓 그는 하회를 기다리는 척하고 다시 말했다.

"어허!  이 제자마저도 늑장이로구나!  다시 한 사람을 더 보내도록 하여라!"

이렇게 세 사람의 무당이 더 던져졌다.  그래도 소식이 없었다.  서문표는 이번에는 삼로와 아전들을 돌아보았다.

"무당과 그 제자는 모두 여자라서 일을 고하기가 어려운가보다.  그러니 삼로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

마침내 서문표의 명령에 따라서 삼로가 물에 던져졌다.  서문표는 짐짓 물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하백을 만나고 오기를 선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장로와 아전 등 곁에서 서문표를 모시고 있던 자들이 한결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서문표는 그들의 공포는 모르는 듯 다시 말했다.

"어허!  무당과 삼로가 모두 돌아오지 않는구나!  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서문표는 이번에는 다시, 아전과 고을의 유력자 한 사람씩을 물속에 보내어 하백에게 고하게 하려 하였다.  그러자 모두들 머리를 조아려 엎드리더니 이마가 깨어지고 피가 땅위에 흥건하게 흐르도록 빌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얼굴빛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서문표가 말하였다.

"좋다, 잠시 더 기다려 보자."

그리고는 조금 더 있다가 다시 말했다.

"아전들은 이제 일어나거라.  물의 신 하백이 손님을 오래 머물게 하는 것 같구나.  너희들도 이제 일을 파하고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업 지방에서는 다시는 하백을 위하여 아내를 바친다는 말을 꺼내는 자가 없었다.

                                                                              - <사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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