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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바깥에 마음을 빼앗기면 자기를 돌아보지 못한다

장자가 조릉(雕陵)에서 사냥을 즐기고 있노라니, 마침 남쪽에서 이상한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왔다.  그 까치의 날개는 일곱 자나 되었고, 눈은 한 치나 되는 놈이었다.  까치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날아가더니 가까운 밤나무 숲에 앉았다.  그런데 그 날아가는 품과 앉는 모양새를 보니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이상한 새로구나.  저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도 잘 날지를 못하고, 저렇게 큰 눈을 가지고도 앞을 잘 보지 못하다니."

장자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밤나무 숲으로 들어가 화살을 겨누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까치가 그렇게 날기에 서투른 것은 나무에 붙어있는 버마재비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까치는 버마재비를 노리느라고 장자가 가까이 다가와 화살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장자는 그래서 이번에는 버마재비를 살펴 보았다.  그런데 그 버마재비는 버마재비대로 까치가 자기를 노리고 있는 것은 까마득히 모른 채 나무 그늘에서 울고 있는 매미를 노려보고 있었다.  물론 매미는 버마재비가 자기를 노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장자는 문득 소름이 쭉 끼쳐왔다.  그는 탄식했다.

"먹이를 노리는 그놈이 다른 놈의 먹이가 되는 법, 이익을 좇는 자는 마침내 해를 부른다!  실로 산다는 것은 이렇게 위험한 것인가!"

장자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활과 화살을 집어던지고는 급히 밤나무 숲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마침 밤나무지기가 그런 장자를 발견하고는 장자를 밤을 훔치러 온 도둑으로 오인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뒤쫓아왔다.  장자는 부리나케 도망을 쳤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장자는 석 달 동안이나 방에 틀어박혀 뜰에도 나오지 않았다.  제자인 인저(藺且)가 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묻자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외계의 사물에 내 마음을 빼앗겨 나 자신의 우매함을 모르고 있었다.  나는 흐린 물에 마음을 빼앗겨 맑은 못에 몸을 비춰 보는 것을 잊고 있었다.  '세속에 사는한 세속의 규칙에 따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숲속에서 까치에 정신을 빼앗겨 숲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거기에 들어 갔었다.  그런 나머지 밤나무지기에게 도둑의 혐의를 입게 되었다.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워 나는 이렇게 틀어박혀 있는 것이다."

                                                                           -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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