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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남을 설복시키기 어려움

한비자(韓非子)는 사람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논한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 송(宋)나라에 부자가 있었는데, 비가 와서 집 담장이 무너졌다.  그러자 그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담을 다시 쌓아두지 않으면 도둑이 들어오겠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웃집 늙은이도 같은 말을 하였다.

그날 밤에 부자는 많은 재물을 도둑맞았다.  부자는 자기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지혜로운 아이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이웃집 영감탱이가 도둑질을 해간 것이 아닐까?"

 

한편, 옛날 정(鄭)나라의 무공(武公)이 호(胡)를 치고자 하였다.  그래서 깊이 생각한 끝에 자기 딸을 호의 아내로 시집을 보냈다.  그리고나서 여러 신하들에게 짐짓 물었다.

"나는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  칠만한 나라는 어디이겠는가?"

관기사(關其思)라는 신하가 아뢰었다.

"호를 쳐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무공은 화를 내었다.

"호는 형제의 나라이다.  어찌 그 나라를 치라고 하느냐?"

무공은 마침내 관기사를 참하였다.

이 소문은 호에 전해졌다.  그래서 호는 정나라의 우호를 믿고 방비하지 않았다.  그러자 무공의 군대가 호를 습격하였고, 호는 마침내 망하고 말았다.

 

한비자가 평하였다.

"이 두 이야기에서 이웃집 늙은이와 관기사는 다 지혜에 있어서는 적중하였다.  그렇지만 그 지혜를 사용하는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는 실패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심한 경우에는 죽음을 당하였고, 가벼운 경우라 해도 의심을 받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혜있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지혜를 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한비자는 다시 예를 들었다.

 

옛날 미자하(彌子瑕)는 위(衛)나라 임금의 총애를 받는 후궁이었다.  위나라 법에 따르면 임금의 수레를 몰래 훔쳐 탄 자는 뒷발꿈치를 베는 형에 처하게 되어 있었다.

어느날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에 들었다.  사람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미자하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임금의 명령이라고 속이고 임금의 수레를 타고나가 어머니를 만나보았다.  이것이 임금에게 알려지자 임금은 말하였다.

"실로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하여 뒷발꿈치를 베이는 형벌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어떤 날 미자하는 임금과 함께 과수원에서 놀고 있었다.  미자하가 복숭아 하나를 먹어보니 매우 맛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먹다 말고 임금에게 올리며 너무 맛있어서 먹던 것이지만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아뢰었다.  임금이 감탄하였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러한 정도로구나!  제 입에 넣는 것을 잊고 나를 생각하다니!"

그뒤, 미자하도 늙게 되었다.  그녀의 고운 얼굴은 추해졌다.  따라서 임금의 사랑도 시들해지게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어느 때 미자하가 죄를 짓자 임금은 화를 내어 꾸짖었다.

"일찍이 이 여자는 나의 명령이라고 속여 내 수레를 타고 나갔었다!  또 제가 먹고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였었다!"

 

한비자가 다시 말하였다.

"미자하의 행동은 지금이나 예나 변함이 없는데 앞에서는 어질다고 칭찬을 하고, 뒤에서는 벌을 받은 것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견을 내는 사람은 임금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잘 살핀 연후에 말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임금에게 진언하는 요령을 논파한 한비자는 결국 진(秦)나라에 가서 이사(李斯)에게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자기의 저서 가운데 <남을 설복시키기 어려운 점에 대하여(세난:說難)>라는 글을 쓸만큼 그 점을 깊이 숙고하였으나 결국은 그 화를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이다.

                                                          - <사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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