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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잊어버리는 행복

송(宋)나라에 화자(華子)라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나이 50이 되어 이상한 병에 걸리게 되었다.  그것은 아주 심한 건망증이었다.  그는 아침에 들은 일을 저녁에는 잊어버리곤 했다.  내일에 가서 오늘 일을 잊는 것이야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아내와 아들은 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여 용한 의원을 찾아내었다.  그 의원은 여러가지로 조사하더니 가망이 있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혼자 병자를 데리고 방안에서 치료를 하였다.  그렇게 치료하기 이레, 드디어 그는 여러 해에 걸쳐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던 병에서 씻은 듯이 낫게 되었다.

그러나, 화자는 지금까지 잊어버리기를 잘 하던 자기를 고쳐놓은 처자에게 고맙다고 치하하기는 커녕 아내를 내쫓고 자식에게는 벌을 주더니, 마침내 창을 꼬나들고 자기를 고친 의원에게 달려들었다.

마침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화자가 탄식하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지금까지 나는 잊어버리기를 잘함으로써 아무 걱정이 없었소.  그래서 나는 마음이 호탕하여 천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거늘, 이제 갑자기 기억이 회복된 거요.  그래서 지난 수십 년 이래 누가 살아 왔고, 누가 죽었고, 누가 무엇에 성공했고, 누가 무엇에 실패했는지를 알게 되었소.  또, 슬펐던 일, 즐거웠던 일, 좋아했던 일, 싫어했던 일,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내 머리를 산란케 할 테니 어찌 걱정이 아니겠소.  그래서 그 의원놈을 만나서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의 그 행복했던 건망증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거라오."

                                                                                             - <열자>      

보름달
2017-10-08 12:33:44

허허~~~ 거참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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