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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아름다운 말들

어린 시절에 오쇼 라즈니쉬는 많은 장례식을 보았다.  라즈니쉬는 장례 행렬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했다.  라즈니쉬의 아버지는 이런 라즈니쉬가 걱정이 되어서 말했다.

"그 죽은 사람은 우리 친척도 아니고 이웃도 아니다.  그는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너를 장례식에 오라고 초청한 사람도 없지 않느냐.  그리고 지금은 학교에 갈 시간이 아니냐."

라즈니쉬는 말했다.

"전 학교에서보다 장례식에서 더 많은 걸 배워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라즈니쉬는 많은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거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라즈니쉬는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영화나 정치 등 온갖 것들을 화제로 꺼내지만 어깨 위에 짊어지고 가는 죽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시체가 장작더미 위에서 불타고 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마주보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앉아서 시체가 다 탈 때까지 서너 시간을 기다렸다.  그동안 온갖 이야기가 오고 갔다.  라즈니쉬는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며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찾지 못했다.

그들은 조용히 앉아 있지 않았다.  침묵마저도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무엇엔가 몰두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아주 가까이 있는 죽음 사이에 말의 장벽을 부지런히 쌓고 있었다.

라즈니쉬가 태어난 지방에서는 시체를 화장하기 전에 지방의 유력 인사가 죽은 사람에 대해 아름다운 칭찬의 말을 늘어놓는 관습이 있었다.  그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라즈니쉬는 그 죽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력 인사가 늘어놓는 말들이 완전히 허구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라즈니쉬는 칭찬의 말을 늘어놓는 유력 인사들에게 거듭 묻고는 했다.

"당신은 자신이 하는 말들이 거짓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까?"

그러나 라즈니쉬가 얻은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그것은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나쁜 것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였다.  죽은 사람에 관한 한 거짓말이 허용되는데 그 거짓말은 그를 칭찬하는 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마을에서 아주 골칫덩어리였던 사람이 죽었다.  그는 사람들을 괴롭혀 왔고,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무얼 가져가면 결코 되돌려 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를 싫어했다.  그는 감옥에도 두어 번 갔다 왔지만 생활 태도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한 마디로 기생충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힘이 세고 거칠었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라즈니쉬는 물론 그의 장례식에 갔었다.  누가 그를 칭찬할지, 어떤 칭찬의 말이 나올지 궁금했다.  죽음과 같은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아무도 일어나서 말하려 하지 않았다.  마침내 사람들이 시장에게 말했다.

"칭찬의 말을 하지 않으면 장작더미에 불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더 기다릴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다 그런 것 아닙니까?  관례는 지켜져야 합니다."

시장은 매우 멋진 사람이었다.  그는 창조적이고 재능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몇 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썼고, 그 소설은 영화화 되기도 했다.  그는 나라 전체에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는 직업적으로 율법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라즈니쉬는 마침 그의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가 라즈니쉬에게 물었다.

"좋은 생각이 없을까?"

그는 라즈니쉬를 잘 알고 있었다.  라즈니쉬가 비록 어렸지만 그들은 함께 이상한 주제를 놓고 얘기하곤 했었다.  라즈니쉬가 대답했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네가 말하는 게 더 낫겠다."

라즈니쉬가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존경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유력 인사가 아닙니다.  시장님께서 말씀하십시오.  제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내가 비록 허구적인 이야기를 쓰는 작가이지만 이 사람에 대해서는 정말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도 너무나 빤한 거짓말이 될 거야.  사람들이 웃을 지도 모르지.  아무리 시치미를 떼고 말한다 해도 아주 당혹스러울 것이야."

라즈니쉬가 말했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십시오."

라즈니쉬는 그에게 할 말을 귀뜸해 주었다.

그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거 참 훌륭한 생각이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가 자신있게 일어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천사였습니다......."

그러자 모든 사람이 일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저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거짓말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본 다음 천천히 다음 말을 계속했다.

"......아직 살아 있는 그의 4형제들에 비하면 그는 천사였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박수를 보냈다.  시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죽은 사람의 나머지 4형제는 더 위험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더 젊고 강하고 거칠었다.  그들은 모두 감옥에 있었다.

그 이후로 라즈니쉬는 장례식에서 박수치는 장면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장이 라즈니쉬에게 말했다.

"네가 나를 위기에서 구해 주었구나.  그런데 넌 참 이상한 아이다.  거의 모든 장례식에 나타나니.  마치 그것밖엔 다른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라즈니쉬는 말했다.

"우리도 언젠가 죽을 것입니다.  그 전에 가능한 한 죽음에 대하여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저는 또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지요.  그들은 웃고 떠들고 농담을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 역시 언젠가는 죽으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에게 죽을 준비를 하라는 신호입니다.  죽음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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