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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한 권의 아름다운 책

책은 중독성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중독적인 것은 아니다. 책의 맛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만 중독이 될 수 있다. 독서란 곧 책과 사람의 만남을 표현하는 것이며, 사람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중독되어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은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 책"이다. "결국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말라르메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 시작되는 이 책은 책과 관련된 주옥 같은 아포리즘은 물론 책의 문화가 어떻게 인류의 지성사를 이끌어 왔는지를 다채롭게 맛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아름다운 책은 유혹적이기에 항상 책에 미친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독서의 역사"를 쓴 알베르토 망구엘은 책에 미친 사람이다. 그의 스승 보르헤스도 물론 책에 미친 사람이었다. 보르헤스는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눈이 멀어 버렸다. (책을 많이 읽어 눈이 멀다니,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했는데 그가 망구엘이다. 망구엘은 독서를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라 했으며, "책도둑질"은 책과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 자신의 곁에 남겨 두려는 애정의 절실함으로 여겨 정당한 것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전작주의자의 꿈"을 쓴 조희봉도 책에 미친 사람이다. "전작주의"라는 말은 사전에도 없다. 그가 말하는 전작주의는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빠짐없이 읽고 그 흐름을 일관되게 밝혀냄은 물론 작가가 표현하지 못한 의미까지도 읽어내는 아주 지독한 독서의 방식이다. 책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을 마치 사골을 우려먹는 것처럼 읽어가려는 저자의 지독한 꿈의 표현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헌책방을 돌아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 나라의 헌책방 정보와 책의 보관 방법 등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가득 들어 있다.

헌책은 새책보다 더 따스한 느낌을 준다. 낡은 만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포근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그런즉 헌책방을 순례하는 것이야말로 지상의 어떤 여행보다도 아름다운 여행이 아닐까. 가와나리 요의 "세계의 고서점"은 세계 유명 고서점 31곳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단지 고서점에 대한 탐방이라기보다는 인류의 정신에 대한 탐방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여행을 할 기회가 있다면 이 책을 꼭 가지고 가서 그 지역의 고서점을 돌아보고온다면 아주 뜻깊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세계가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라면 독서는 그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제는 결국 "독서의 방식"이다. 독서의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 중에서 애들러의 "생각을 넓혀 주는 독서법"을 추천한다. 이 책에는 읽기의 방식과 단계에 대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독서를 하겠다는 마음만 있다고 독서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냥을 하려면 사냥 도구의 사용법을 알아야 하듯 독서를 하려면 독서의 기술에 대한 것을 알아야 한다.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book+ing 책과 만나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등의 책도 독서의 방식에 대한 도움은 물론 좋은 책을 소개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짧은 소개이지만 독자들의 영혼을 살찌울 독서에 대한 소중한 내용 담겨 있는 책들이기에 한두권 정도 골라 일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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