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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나라
모기와의 혈투

나는 모기가 여름에 있는 줄 알았다

11월 인데 밤 새 네 마리의 모기를 잡는 성과를 올렸다

첫 번째 한 마리는 보통 벽에 붙어 있는데 이 녀석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 위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검정색 옷이라 본시 모기는 어두운 색을 좋아하는가? 

그래서 손뼉을 쳐서 잡았는데, 다행히 물기 전이었는지 피가 묻지 않았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동시에 잡았는데 이 녀석들은 얼마나 잘 숨고 피하는지

도저히 잡을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잠이들었는데 갑자기 손가락이 간지럽기 시작해서

아하 물렸구나 생각하고 즉시 일어나 불을 켰더니 침대 머릿장에 둘이 한 삼십 센티미터 정도의 거리에 나란히 붙어 있어서 양 손으로 동시에 가격하니 이 녀석들은 피가 터지는 것이 아마 피를 많이 마셔서 급히 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손도 씻고 화장지를 물에 적셔서 머릿장에 묻은 피도 깔끔하게 닦아내고 이제 완전히 소탕했다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 삼십 분 이다. 모두 세 마리나 잡았으니 대단한 성과라고 속으로 기뻐하며 한 두 시간이라도 더 자려고 잠을 청하려는데 불을 끄자 다시 귓가에 앵~~~~앵하는 공포의 비명이 들렸다

화들짝 놀라 다시 불을 켜고 조그만 손전등으로 벽과 천정을 꼼꼼히 살펴 보았다

손전등을 켜면 모기 그림자가 피치기 때문에 훨씬 잘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하 침대 쪽 벽에 한 마리가 움크리고 있었다, 아직 배를 다 채우지 못했는 모양이다.

집중해서 오른 손으로 치니 철퍽하면서 피가 손에 묻었다. 

아파트 옆집 사는 사람이 놀라지나 않았는지 조금은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이것이 네 번째 살상이다

오늘 밤 비록 잠은 설쳤지만 혁혁한 성과를 올린 밤이었다 

모기가 어찌 모기가 되고 싶어서 되었겠느냐만서도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 생각한다.

한 입 먹고 살겠다고 밤이 새도록 기다리고 목숨을 걸고 덤벼들어 그래도 한 모금의 피라도 마셨으니 운명을 달리한 모기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나도 살아야하니 참 운명의 장난이 아닌가 싶다.

세상은 어떤 면에서 무척 잔인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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