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할머니와 100분토론까진 아니지만 30분토론 했네.

 하도 아빠를 계륵 취급해서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여~

 아빠가 다 도와줘서 다들 그리 잘 살게 된 것이여~

 라고 변호하느라 애썼네.

 8남매 중 절반이 할머니와 함께 산 시간이 고작 10년정도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식모살이하러 간 분도 있었고.

 그것도 먹을게 없으니 떠밀려서 나간 것이지.

 학교 보내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아빠도 140cm되지 않을 때에

 짜장면만 먹으면서 하루종일 일했지.

 그럼에도 할머니는 너무 당당하다.

 그리고 당당히 요구한다.

 나를 모셔라!!!!

 다들 나 모시고 싶어한다고.

 그 많은 다들이 있는데 굳이 여기 오신 이유.

 할머니가 아빠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해서,

 더는 계륵취급 안했으면 좋겠어서-

 다른 자식들은 이것저것 해주니까 좋은 자식이라고,

 아빠는 그 다른 자식들을 보살피느라 마음이 녹고 뼈가 녹았는데-

 할머니가 할 일을, 할아버지가 했어야 했던 일을 장남도 못한 그 일을.

 아빠는 했었고.

 바보 취급받는 것이 결과였다.

 누구도 그의 심정을, 누구도 아빠의 수고를 치하하는 사람이 없다.

 당연하지 얘기를 안했는데.

 다들 어려웠으니 이런 얘기를 해봤자라고-

 제일 어려웠을 아빠가, 제일 마음 고생 심했던 아빠가 입 다물고 있으니-

 내가 대신 변호해야지.

 처음에는 마음 잘 잡고 감정 없이 말 그대로 변호였는데,

 끝에 가선 그럼에도 다른 자식들 변호하느라 아빠는 또 계륵취급이니.

 감정이 실렸다. 한 20%정도.

 그래서 더 이상 얘기하면 싸움이 될까 싶어 조용히 마무리 지었다.

 우당탕탕! 마음이 어지러울 뻔했다.

 이 이상 감정이 들어가면 할머니를 미워하게 되거나 싫어하게 되겠지.

 잘 끊었네.

  얘기하는 와중에도 머리를 쓰는 할머니!

  그리고 듣기 싫은 얘기는 모른다고 안들린다고 ㅋㅋㅋ

  틀린 말씀은 아닌데..

  그래 본인이 있어야 자식이 있고 자식이 있어야 며느리건 사위가 있으니

  내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자식이라는 것 틀린건 아니지.

  잘못된 생각은 아닐텐데..

  그래도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 말을 못해서..

  여태 감정의 골이 깊은 자녀들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하고.

  에효-

  내가 뭐라 했다고 또 일러바칠런가?

  자기에게 싫은소리 한 것이 있으면 다른 자녀에게 얘기하시지.

  그나마 평탄하게 산 자녀들은 할머니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여튼 아빠에 대한 변호는 적당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내 일이 아닌 아빠와 할머니 사이의 일이니 제 3자로 돌아가야지.

  정말 재밌는 사실은!!

  내가 할머니와 닮았다는 것!!

  ㅋㅋㅋ 하.

  나도 나를 위해 살지.

  나 귀찮게 하는 것이나 신경쓰게 하는 사람 질색팔색이다.

  금방 기운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려니 하고 살지만..

  그래서 관계를 오래 맺지 못한다.

  싸우는게 싫은건지. 귀찮은건지.

  천상천하유아독존 체질이라 그런건지.

  나도 이러다보니 할머니도 이런 사람이라 그렇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근데 할머니는 나보다 건강한 편이시라 ㅋㅋㅋ

  여튼 그런 사람이다 생각하고 그러려니.

  아침부터 좀 시끌했지만.

  사람 사는것이 다 그런것이겄지.

  내 맴 같을 순 없단 말이여~

  그래도 부모님이 좋은 분이여서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으니 다행이지.

  악해서 이익을 남기는 것보단 미련하고 억울하게 살더라도 선한 삶이 낫더라.

  가난하고 가슴 찢어지는 삶이어도 선한 것이 낫더라.

  그런데 난 선하지 못하고ㅠㅠ

  내 속에 수많은 소리들을 쫓아내기까지.

  계속 걸어야지.

  더 잠잠하게.

  그리고 더 평안하게.

  신경 안쓰면 아무것도 아닌 일-

  비교하지 않고 탓하지 않으면 신나는 삶.

  그나마 이만큼 건강해져서 할머니 돌볼 수 있어 다행인거고.

  할머니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기록하고 신경써서 그런가 계속 피곤타.

  뭐든 육체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더 고된것 같다.

  그냥 평범한 삶.

  평범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