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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
메마른





외할머니 vs 친할머니


외할머니는 자녀를 위해 골수까지 빼줄만큼의 헌신과 사랑을 보이셨다.

비단 자녀들뿐 아니라 주위에 많은 이들에게 베푼 정성이 많다.

돌아가셨을 때, 그것이 확연히 들어났다.

할머니를 위해 많은 이들이 울어 주었다.

그의 고생을, 헌신을 알기에-


한달 정도 모신적이 있는데 늘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며

미안해하시던 분이시다.




이번주부터 친할머니를 모시게 되었다.

외할머니와는 완전히 다르시다.

자신만 편안하면, 자신의 마음만 편안하면 되는 분이시다.


외할머니가 강강 약약이었다면,

친할머니는 강약 약강이시다.

강한 며느리, 사위에게는 소위 찍소리도 못하시고

자기만 안불편하게 하도록 머리를 굴리신다.


자녀 대부분을 초등학교 졸업도 전에 타지에서 생활하게 했음에도

미안함보단 부모니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

그러면서도 내쫓기지 않기 위해 돈이 있다고 얘기하신다.

주지 않고 얘기만 하시며 그러니 잘 모시라는..


강한 사위, 강한 며느리.

떼쓰고 화내고 큰소리치는 그들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들에게 다른 이들이 잘해야 한다고.


내 부모님처럼 선한 사람에겐 이것도 사달라 용돈도 내놓으라

돈주는 며느리 사위가 최고.

외할머니는 주는 용돈도 다 거절하시고

폐지 판 돈을 용돈으로 주셨다.













단 몇일밖에 안 되었지만,

계속해서 할머니가 머리 굴리며 얘기하는 걸 듣자니,

마음이 싱숭생숭이다.


그런 얘기 안해도 알아서 제일 잘 모실 부모님인데.

그런걸 아니까 8남매 중에 굳이 이리 오신 것이면서도.

마음 제일 편할 곳이 이곳인걸 아니까 오셨음에도..


자기 자녀들은 잘하든 못하든 최고고 그 중에서도 아들이 더 최고고

그 중에서도 으뜸은 당연 장남이고.


그냥 엉망인 집안이라 생각하든 얘기하든 소용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여기 계신 동안에 좋은 마음으로 섬기려면 내 속을 조용하게 해야지.


그래도 드시는 것이나 다른 것에 까다로운 분은 아니니-


다만,

자기의 안위만을 위해 사신 분이라-

딸들이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든 신경 안쓰고 빨리 시집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빨리 떼어내려고 힘들게 살든 말든 그 사람이 어떻든 말든.

그래서 얼마나 고생하며 사는지.


그러면서 아들들은 아무에게나 안보내려고 잘난 것 없는 아들들인데도 잘난 집안으로 보내려고 참 기가 막힌 생각이지.


옛날 분이니.

그래.

옛날 분이야.


갓난쟁이인 나 먹을 요구르트 하나 사먹지 못할 시절,

막내 대학보낸다고 돈 50만원 보내라던 분.


얘기하면 밑도 끝도 없고.

아빠가 뺨을 맞던 어떻게 살던 본인만 잘 챙겨주면 되는 이기적인.

타인의 아픔은 생각지 않는.




















그런데 웃긴건

내가 친할머니랑 닮았다는 것.


나 역시 날 귀찮게 하는건 딱 질색이다.

날 힘들게 하는 건 딱 질색이다.

누구나 싫겠지만 난 그러면 다 끊어버리는 성격이다.


아주아주 모난.


할머니보단 조금 나을 뿐이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건 매한가지.




닮아서 그런가 싫은가부다.


외할머니는 날새가며 간호하고 그랬는데.

친할머니는 그냥 저냥. 클라이언트도 이렇게 대하지는 않았는데.


내 몸이 피곤한 탓일까.

내 마음이 간사한 탓일까.


내 안에는 긍휼이 없는가.

내 안에는 사랑이 없는가.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려면,

결국 거듭나는 것밖에 없는 것이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돈 가지고 밑밥을 뿌리는지.

없는 놈 거 빼았아다가 있는 놈 더 주시면 그들이 잘 모실 줄 아시나부지.

말이라도 안하시면 나으련만.


말 한마디 해도 머리 굴리는 게 보이니.

그때저때 말 바뀌는거 보면 가관이고.


그러나.

이건 그저 내 화풀이지.

부모님 대신 내는 화지.


그냥 좀 얄미운 할매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얄미운 사람.




할머니에겐 어찌해도 메마른 마음.

좋아할만한 것이 없어도 좋아해야 진짜지.

그 행위를 보지 말고

귀여운 부분들을 보자

은근히 웃긴 캐릭터시지.

아빠가 웃긴 이유를 알만 하지.



어떤 것이 없더라도

그저 인간이란 이유로.

사람이란 이유로.

긍휼과 사랑을 품자.


누구나 다 존귀한 존재라는 걸.


읔.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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