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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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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2022-06-12)   즐겨찾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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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다.




나는 나를 빚어가기를 즐겨 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너에게 나를 내어주었을까?
나를 네 맘대로 빚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네가 원하는 내가 되는 것이 기쁜 일이었다.
너에게 나를 맞추는 것은 당연했다.
다투더라도 네가 말한대로 나를 빚어가도록 두었다.

네가 아픈 건 싫어서
네가 상처 받는 건 나도 아파서
그래서 그렇게 네가 나를 빚어가도록 했나보다.

나는 마치 점토와 같았다.
네가 빚는대로 빚어지는.

네가 나를 짓이기고 무수히 내리 칠 때
나는 소리쳤다.

나는 외쳤다.
너와 싸우더라도 나를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또 곧,
나는 네 미안하다는 말에 짓이긴 채로 넘어갔다.
처음에 너는 내 못난 모습이, 
내 일그러진 모습이자신의 탓이라 했다. 
미안하다 했다.
그러나 곧내가 일그러진 탓이라 나를 책망했다.


그래, 나는 이 때에-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 때에
마음이 공중에 흩뿌려져 사라지기 전에
알갱이 하나 남기지 않고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전에
나를 되찾아야 했었다.



나를 빚던 네 손을 뿌리쳐야 했었다.
다시 내가 나를 빚어야만 했다. 



마음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공허함조차, 허전함조차 느껴지지 않을만큼 마음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나는 나를 되찾았어야 했다.


여전히 너는 내게 소중하고 아끼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제는 네게 줄 마음이 없다.
사라졌다.



이제와 너는 제 잘못이었다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한다.
이제와서..
너무 늦었다.




메마른 사막에 네 사랑을 아무리 듬뿍 붓는다 해도
이미 늦었다.

갈라지고 비틀린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쏟아 붓는다 해도,이미 늦었다.



완전히 메마르기 전에
한 방울 마중물이라도 부었어야 했다.
한 줌의 사랑이라도 욱여넣었어야 했다.


눈물조차 나지 않을만큼,
네가 아파하는 걸 보고도 무덤덤하지 않을 만큼.



나의 마음은 사막을 걷는다.
아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너는 나를 어찌하고파 했던 것일까?
나는 네게 어찌했어야 했나.


늦었다. 
너무나도 많이.
나도 이제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찾고 싶어도 그 행적을 알 수가 없다.


너에게 향했던 마음이 방향을 잃고 흩어져 버렸다.
잡을 수도 모을 수도 찾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되돌릴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네가 소중하다.
그래서 당장에라도 마음을 찾아 네게 주고픈데.
나조차도 행방을 알 수가 없다.



너는 나의 사랑을 몇 번이나 이용했다.
너는 나의 사랑을 몇 번이나 깨뜨렸다.
너는 나의 사랑을 몇 번이나 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네가 소중하다.



너의 달콤한 하나의 진심을나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랑스러운 단 하나의 진심이내겐 전부였기 때문이다.

또한

네가 연약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불안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이다.
너는 참으로 한없이 사랑이 필요한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엔 늦었어.
그래서 슬프다.
그래서 내가 더 아프다.

너무 늦었기 때문에..


네가 노력하다 빨리 지치기를.
그리고 이 관계를 끝내 주기를.
그래서 그 시간만큼 조금이라도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그리고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되기를.




너는 너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이 빚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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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KR 최우수회원 똘레랑스
  • 댓글 : 0
  • 조회 : 91
  • 2022-06-12 03: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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