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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설 날이 다가오니...

설날이 다가온다..어렸을땐 이 날은 일년중 기다려지는 날이었고, 설날이 며칠 남았다...하고 손가락을 세면서 기다렸다..설날 보담은 섯달 그 믐날이 더 기다린것은 어느 집이니 이날은 떡메치는 소리와 동네 어느집 에선가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시끌하게 들려도 그 소리가 그저 명절이 닦친단 반가운 소리로 들렸다...그 돼지 잡는 집선 벌써 모여든 동네 사람들이 서로가 좋은 부위를 사갈려고 웅성거리고 막걸리 한잔한 사람들은 얼굴이 벌겋게 흰소리를 해도 애교로 받아 주고 설레임속에서 기다려 지던 날이었다...옆집 외할머니 댁선 떡메를 치는 이모부가 이모님들과 우리의 떡을 치고 안반에 모락 모락나는 인절미와 쑥떡의 구수한 냄새와 어머님이 부엌에서 떠온 콩나물 국물에 먹는 맛은 뭐라고 해야 할가?그렇게 목구멍에서 신물이 올라올때 까지 먹고해서 뱃속이 거북할 정도로 미련하게 많이 먹었던 그날들...평소엔 구경이 힘들었던 음식들이라 그날은 배 터지게 먹었었지...해질 녘에야 아버진 이발을 말끔히 하시고 손에는 돼지 고기를 두근 정도 들고서 들어오시고....새로 장만한 떡을 맛있게 잡수시는 아버지의 모습과....얼마나 불을 많이 지폈는지 방안은 펄펄끓어 앉아 있지 못하던 그때...그래서 나는 새집이모댁과 장자동 이모댁을 내 집들어다니 듯이 행하니 나들이 하고 오곤했다...더운 방안에 있기 보담은 그렇게 온동네를 한바퀴 행하니 나들이 하고 나면 왠지 마음에 벅찬 기쁨이 전해오곤 한다...- 이놈아... 이모부에게 내일 세배와야지...벌써 와서 그러냐?- 걱정 마세요..낼도 와서 새배할게요...새배돈을 타려면요...그렇게 한바퀴 돌고 나면 소화도 되고 해서 좋았다..저녁이 되어도 어머님은 부억에서 들어오실 줄모르게 무엇인가 하신다...나물준비와 생선을 튀기고 고기도 푹 고와서 삶아 놓고....- 아따.... 맨날 그렇게 장만해도 먹을땐 푸딱지덤만...(먹을게 없다는 방언)..투정인지...그냥 하시는 말씀인지 그저 한마디 하곤 하시던 아버지...어머니와 누나가 늦도록 설음식 준비로 바빠도 남자들이 할일은 별로 없었다...기껏 해야 땔감을 날라다 주는 정도고....형과 나는 설빔으로 사다주신 옷을 입어보고 비처보고는 했다...이 고운 옷을 가서 세배할곳을 생각하고 그리고 새배 순서를 정하고 ...이렇게 들떠서 옷을 곱게 접어서 소중히 웃목에 놓아 두고 있어도 자꾸 시선은 그 설빔에 쏠리곤 하던 시절의 기억들......밤이 늦어서야 외 할머니는 우리집에 오신다...그리고 만든 음식도 골고루 잡수어 보고 그리고는 애기 하시다가 가신다.이런 설날이 가까이 오면 어렸을때의 기억이 바로 어제의 일들처럼 가까이 느껴진다...지금은 어딜가나 그 때의 정경은 어디서건 찾을수 없는것이 안타깝다떡도 방앗간에서 해오고 동네를 떠들석하게 하던 떡메치는 소리가 없고조용하기만 하다.집집마다 다른 떡을 골고루 먹어 보고 평가하고 어느 집은 맛이 있느니 어느집은 솜씨가 없느니 하는 평가....이런 그리운 추억들이 사라지고 명절의 정경이 그저 쓸쓸하니 갈수록 명절의 그 풍경은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말것같다.....그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그 섬섬옥수로 만든 그 떡을 먹고 싶다...건강을 되찾고 어머님이 회복되시면 그런 어린날의 떡을 한번 만들어 달라고 할거나 .....?이 설날이 가까와져서 우체국의 내고향 특산물을 보내볼까 뒤지다가 결국은 어떤 것도 선정하지 못하고 용돈 몇푼 보낸것으로 대신했다....나도....이렇게 정성없이 편리하게 용돈몇푼을 보낸 것으로 나의 할일을 다한것으로 알고 있으니 명절은 이렇게 삭막하게 지나가는가 보다....명절은.....시골에서 옛정취에 취해서 보내야 진정 명절의 맛이 나는데.....이젠 점점이나 명절의 향수는 하나의 추억에서만 존재해야 하지 않을가?그렇게 밖에 살아갈수 없는 삭막한 현실이 어쩌면 현대인의 여유없는 삶이 아니고 무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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