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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학에 가려 합니까?( 퍼온글 )

〈박기호/천주교 시흥4동 교회 주임신부〉 대입 합격생 발표가 시작되는가 봅니다. 우리 본당 주일학생 50여명의 수험생들을 위해 미사 때마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했고, 그 어머니들은 100일 동안 저녁마다 자치적으로 모여 기도하는 걸 보았습니다. 신자, 교우들의 기쁨과 슬픔이 사목자의 기쁨과 슬픔이니 요즘은 저의 기쁨을 위해서도 모두 다 잘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며칠 전에는 항상 표정이 밝은 재수생을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글쎄 고3 때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엄마가 현관까지 나와서 ‘용돈은 충분하니?’ 그러시더니 재수하는 동안에는 집을 나서면서 ‘용돈 달라’ 그러면 부엌에서 고개만 내밀고는 ‘벌써 떨어졌어?’ 그러는 거 있죠. 3수하면 어떻겠어요. 끔찍해서도 금년엔 꼭 붙어야 해요”라며 익살을 떨었습니다.경쟁이란 본디 그러하거니와 누군가 승리의 기쁨을 누리면 또 다른 누군가는 실패의 참담함을 맛보아야 합니다. 어릴 적 전·후기 중학입시에 모두 낙방하여 농삿일을 거들며 중학입시 재수 시절이 있는 필자는 그 아픔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입시철마다 합격생들보다는 불합격으로 어깨가 처진 학생들에 대하여 마음이 더 쓰이곤 합니다.오늘은 자신에게 “나는 왜 대학을 가려고 하는가” 질문해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자녀가 합격했건 못했건 “너는 왜 대학을 가려고 하느냐”고 질문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교 3년 동안을 시험과 모의고사에 시달리며 지냈으면서 단 한번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온가족이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1년 내내 수험생 뒷바라지를 했으면서도 그런 질문 한번을 해보지 않았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온 입시에 대한 목적의식이 설정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슬픈 일입니다.‘무엇’을 앞에 두고 ‘왜’ 하고 질문함은 일의 목적의식을 명료하게 드러내 줍니다. 목적의식을 분명히 한 후라면 합격과 불합격에 그토록 연연하지 않습니다. 산정(山頂)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며 길은 길로 통하기 때문입니다.가령 최고 명문 ㅅ대의 합격은 누구에게나 영광이겠지만 그것이 곧 인생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졸업한 선배에게 “당신은 행복합니까” 질문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만약 우리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부분의 정치가와 기업인, 법조인, 엘리트 지도자들을 배출한 대학이기도 하다면 그 대학의 합격이 무슨 영광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신앙이란 무엇인가” 물을 때마다 저는 서슴없이 “인명재천(人命在天)이요,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를 깨닫는 것” 이라고 대답합니다. 삶의 깨달음을 이처럼 간결하게 정리한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수험생과 특히 그 부모님들이 의미깊게 새겼으면 좋겠습니다.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그로 인하여 좋은 라이선스와 직장과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 인연으로 결혼한 사람과 불행한 파경을 맞을 수도 있고, 감옥에 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불합격한 아픔으로 다른 길을 찾은 것이 인연이 되어 아름답게 빛나는 생애의 일을 가질 수도 있고, 물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수험생 여러분, 넉넉하고 여여(如如)로운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십시오. 자녀들이 목적의식을 분명히 지니고 인생을 진지하고 겸허하게 살아가도록 이끌고 기도하십시오. 자식농사를 제대로 짓는 부모가 되십시오. ‘인명재천이요, 인간만사 새옹지마’입니다.- 경향신문 칼럼에서 옮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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