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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닌것`과 동무되기 ( 퍼온글)

몇 해 전 일이다. 일본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을 중국 시인과 함께 구경하다가 “중국 사람들이 가서 뿌리 내리지 못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라고 덕담을 하니, 중국 시인은 아니 딱 두 나라가 있다고 한다. 그 두 나라가 어디냐니까 그는 웃으면서 “한국과 북조선”이라고 대답했다. 무심코 따라 웃었으나 이내 나는 웃음을 거두었다. 그의 농담은 바로 우리의 배타적이고 폐쇄적 성격을 꼬집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 고장에도 차이나타운까지는 아니지만 중국인이 몰려서 피륙이며 약재를 파는 거리가 있고, 청요리집이 성황을 이루었으며, 그들의 자녀가 다니는 화교 소학교가 있었다. 이들은 중국에 혁명이 일어나고 6·25를 거치는 사이 다 본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는데, 아마 다른 고장도 사정이 대개 비슷했을 것이다. 당국의 혹독한 과세 등 극심한 차별정책과 규제가 그들을 이 나라에서 더이상 못살게 만들었던 것이겠지만, 여기에는 다른 문화, 이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풍토가 더 많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무렵 중국 사람들은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이웃 대접을 받지 못했으며 사회적 지위가 있거나 나이를 먹었어도 언제까지나 `뙤놈'이었다. 아이들 가운데는 우리가 다니는 일반 중학교로 진학을 하는 아이도 없지 않았으나, 그들도 친구 대접을 받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늘 왕따의 대상이었고 조롱의 표적이었다. 선배 중의 하나에 농구 선수에 성적도 우수한 중국 학생이 있었지만, 그도 끝까지 아무로부터도 친구 대접을 받지 못했고, 끝내는 대만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 나라가 외국인들한테는 무척 살기 어려운 나라라는 얘기는 우리 나라에 살거나 다녀가는 외국인들이면 다 하는 소리이다. 그 까닭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해서라고 진단하는 소리도 많지만, 이 말은 맞는 것 같지가 않다. 외국 사람들한테 살기가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에는 과연 우리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외국에 가서 말이 안 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말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고 풍습이 다르고 먹는 것이 다른 데 대한 우리의 지나친 두려움과 경계심이 외국 사람들을 살기 어렵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는 너무 같은 사람, 비슷한 사람만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말이 같아야 안심을 하고, 먹는 것이며 풍습이 같아야 마음을 놓는다. 즐겁던 자리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 끼어 갑자기 어색하진 경험을 나부터도 가지고 있다. 나아가서 태어난 고향이 같고 출신 학교가 같아야 진짜 동류의식을 갖게 되는데, 말하자면 지역감정도 이와 같은 배타적 폐쇄적 성격이 극단화된 경우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기는 외국에 사는 동포들도 마찬가지인 것은 보면 이것은 분명 우리 민족의 특성 같다. 가령 중국에 사는 동포들 가운데는 중국에서 나서 자랐는데도 불구하고 조선 음식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허다하며, 미국으로 이민한 교포들 속에는 20년, 30년이 지났는데도 악착같이 우리 풍습을 지키는 사람이 많다. 중국 동포의 경우 한족과의 결혼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흔치 않는 것도 그 한 예일 것이다. 물론 이런 고집이 대륙의 여러 민족의 회오리 속에서도 우리를 단일 민족으로 살아남게 만든 힘이었을 것이다. 올해를 우리는 한국방문의 해로 정해 놓고 있다.이제 우리도 가슴을 열고 이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우리 나라에 살거나 찾는 외국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줄 데에 대하여 생각할 때가 되었다. 흔히 우리를 가리켜 특히 외국 사람들한테 웃음이 모자라고 불친절한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마음을 열고 이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웃음과 친절은 절로 나올 것이다. 신경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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