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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불 ( 옮긴 글 )

봄이다. 무릇 모든 봄에는 시샘 추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경칩이다. 겨우내 잠든 개구리 눈이 되록되록 살아난다. 봄의 전령이어서일까, 청개구리의 앙증맞은 귀염 때문일까. 개구리가 담긴 속담이 가멸다. 가령 `청개구리 낯짝에 물붓기'란 우스개도 있다. 어떤 수모에도 태연함을 이른다. 그 청개구리마저 낯붉힐 일이 있다. 언론인은 `영원한 청개구리'라는 논설주간 탓이다. 류근일 주간은 부르댄다. “도대체 `언론인=영원한 청개구리'라는 기능은 언제 어느 날에야 비로소 `직업'으로서의 공인된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 가도 가도 끝없는 여정이다.” 왜 호의호식하는 류 주간이 `끝없는 여정'타령일까. “한 줄로 서지 않으려는 의견들을 와글와글판으로 침묵시키려는 신판 획일주의 바람몰이”때문이란다. 독자들로선 무슨 깜냥인지 어리둥절할 성싶다. 언죽번죽 그는 말한다. “신문과 방송, 신문과 신문들이 서로 못 잡아먹어 물고 뜯게끔 만들어지는 신판 `글래디에이터 한마당'도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엉뚱한 `검투사'다. 칼끝을 스스로에 겨누며 돌진하는 꼴이다. 한 줄로 서지 않는 의견을 와글와글판으로 잠재워 온 획일주의는 언제나 조선일보 몫이었다. 저들의 냉전획일주의와 안보상업주의는 최근 미국 부시정권을 맹목적으로 좇는 무모함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이는 죄다 정체성이 수상하단다. 영원한 청개구리론은 비오는 날의 동화에서 나왔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에 불효의식을 지닐 터이다. 늘 엇나가고 엇먹는 짓을 하는 이를 청개구리라 놀리면서도 우리가 정겨운 눈길을 보내는 까닭이다. 하지만 일제와 군부독재에 부닐며 줄섰던 조선일보가 뉘연히 `영원한 청개구리 언론'을 거론해도 괜찮은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말 못하는 미물이라고 청개구리를 모독하지 말 일이다. 적어도 청개구리는 반성할 줄 안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울어대지 않은가. 진실에 등돌려 온 `여정'에 반성을 모르는 태깔스러움은 비단 류 주간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사실 왜곡은 진행형이다. 문화방송에 김중배 사장이 선출되자 `신문개혁에 방송이용설'을 솔솔 흘린다. 새퉁스레 공영방송 독립을 외치던 이들이 정작 권력의 낙점을 받지 않고 사장에 뽑힌 `혁명적 사건'은 보도조차 않거나 비튼다. 신문권력의 공영방송 독립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스스로 폭로한 셈이다. 왜 일까. 왜 신문권력은 사실까지 왜곡하며 방송을 훌닦는 걸까. 단순하다. 신문개혁 여론이 불붙을까 우려해서다. 보라. 방송의 신문비평을 정치적 음모요, 와글와글판으로 매도한다. 김대중 주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란다. 과연 그러한가. 현실은 정반대다. 방송의 신문비평이 아니라 신문의 방송비평이 그렇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와글와글 `만인에 대한 투쟁'을 서슴지 않고 있지 않은가. 나날이 퍼져가는 신문개혁 여론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차단하려는 신문권력의 자기보호 본능은 놀랍다. 방송에 쌍심지를 켜는 저들의 도끼눈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방송의 여론형성력이 얼마나 큰가를 읽을 수 있다. 문화방송 김중배 사장 취임에 신문권력이 보이는 예민한 반응을 보라. 모쪼록 김 사장은 신문권력의 `기대'에 한 점 어긋나지 않길 바란다.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신문의 가당찮은 비난에 혹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이 또한 신문권력의 노림수다. 신문권력과 `관영방송'들이 수십여년동안 진실을 호도해온 물줄기를 바꾸는 여론혁명, 바로 그것이야말로 오늘 문화방송과 김중배 사장이 불지펴야 할 역사적 과제다. 봄불은 여우불이라 했다. 무엇이나 잘 타오른다는 뜻이다. 수구언론이 꽁꽁 얼려놓은 이 땅에 언론개혁의 불길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 창간81돌인 오늘 진보적 지성들이 대거 동참해 `조선일보 거부 지식인 3차선언'을 내놓는다. 충청북도 옥천에 이어 영동에선 3·1절을 맞아 조선일보바로보기시민모임을 결성했다. 그렇다. 언론개혁으로 참된 민주사회를 일궈내자는 여론이 여울여울 타오르고 있다. 봄불이다. 봄이다. 손석춘/여론매체부장- 한겨레 신문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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