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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한강갈매기( 퍼온시 )

김현파 : 1954년 대전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졸 옅은 안개 깔린 강 표면에서 솟구치는 비둘기보다 큰 새를 보았다 차량행렬 위를 유유히 날아가는 흰 바탕에 회색무늬 날개를 가진 새 혹, 서해바다에서 날아온 갈매기가 아닐까 시내버스 손잡이에 흔들리며 선승의 깨달음처럼 번쩍 스치는 예감 삼각지 로타리를 돌아 서울역 남대문을 지나면서 그 새는 빌딩 숲 깊숙이 묻혀버렸다 화석 같은 짙은 흔적을 남기고   그날 이후 밤마다 꿈을 꾸었다 뱃고동 소리 파도에 부서지는 항구 하얗게 빛나는 등대 위에서 나는 은빛 날개로 푸른 하늘을 날았다 무인도를 지나 황톳물 출렁이는 대륙 사막을 날았다 만년설의 히말라야 산맥에서 날개를 접기도했고 먼 아프리카 조그만 어촌을 날았다 달빛 별빛 어우러지는 날 밤에는 너훌너훌 춤을 추기도 했다   대낮에도 꿈을 꾸며 청계천이나 남대문시장을 기우뚱대기도 하고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 엉성한 곰빗으로 부리끝을 갈고 또 갈아보았지만 어느덧 무서리로 덮여지는 이 땅 벌써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고 보도블럭 위 플라타너스 잎은 한 장 두 장 떨어지는데 헛일이었다 정말 헛일이었다   손목시계를 차고 넥타이를 매고 오늘도 신발끈을 졸라매보지만 언제나 아스팔트 길에서 푸득대기만 한다 한 장의 낡은 양복으로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감추고 두고온 해안 모래톱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그리우면 한강엘 간다 더 높은 하늘 더 넓은 바다가 그리우면 잡초 우거진 고수부지에서 끼룩끼룩 울어대기도 하고 콘크리트 강둑을 걷기도 한다 남 모르게 날개짓도 해보고   낚시줄을 제 목숨마냥 늘어 놓은 늙은 갈매기 젊은 갈매기들 노을에 일렁이는 물살을 보며 소주잔에 두고온 고향을 타 마신다 유람선 선착장을 맴돌다 한강철교를 향하여 날아가는 갈매기를 관찰한다 녹슨 망원경을 통하여 지금은 갈 수 없는 그곳을 생각하며 - 1993 년도 대한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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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868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56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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