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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려는가 (퍼온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부시 행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 같은 환자(북한)를 돌보면서도 한번도 진단내용을 비교한 적이 없는 두 의사 같다'고 비교했다. 그런가하면 주한 미대사 후보로 오르내리는 더글러스 팔 아시아태평양정책센터 소장은 부시를 경찰관으로 DJ를 성직자로 비교한다. 대북정책의 재검토에 들어간 미국이 범인을 무장해제하고 거리로 끌어내려는 경찰관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 한국은 죄인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회개하도록 시간과 공간 재원을 제공하는 성직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소 희화된 측면이 있지만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의 차이를 상징한다. 그런데 부시와 DJ가 의사라면 몰라도 경찰과 성직자라면 불안하다. 그동안에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식의 논의가 무성했지만 워싱턴과 서울의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 주변의 정책조언자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추진해 왔던 대북협상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말해왔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의 대북협상을 받아들일 것인가 여부가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가늠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 컬럼니스트인 짐 만은 얼마전 한 칼럼에서 “가장 불확실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의 대북 핵 협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은 좀더 직설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공화당 정부로서 명백히 제네바 합의의 수정을 원하리라는 것이다. 이런 논의들을 보면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협상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말은 바뀌어야 한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는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 추진에 시험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94년의 제네바 합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네바 합의는 한반도가 전쟁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상탈출구였으며 더 나아가 탈냉전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됐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는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남북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보다는 98년 중반 금창리 지하시설로 불거진 핵의혹 앞에 제네바 합의는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미사일) 발사로 미사일 위기까지 겹쳤다. 페리 프로세스가 없었다면 제네바 합의는 좌초했을 지도 모른다.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남북한, 북-미, 미-일관계의 정상화와 연계시킨 페리 프로세스는 제네바 합의를 한단계 발전시킨 것이었다. 페리 프로세스는 단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정책 보고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DJ 프로세스'라고 할 만하다. 이 `DJ 프로세스'의 틀에서 본다면 지난해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미 미사일 협상의 타결국면으로 이끈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런데 이제 공화당 주변의 보수파 싱크탱크들은 제네바 합의가 혼란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94년 북-미가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을 때 정부는 남쪽이 `들러리'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제네바합의 서명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었다. 장문의 제네바 합의문 전체에서 `남한'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본 합의문이 대화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남북대화에 착수한다”는 대목에 정부는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남쪽은 경수로 건설비용 46억달러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36억달러를 부담해야 했다. 그로부터 7년 뒤 미국은 정권이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과거 핵의 망령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원전을 제공하려는 제네바 합의는 잘못됐으니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제네바 합의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인가 미국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행정부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래의 변화를 외면했다. 부시 행정부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 강태호 기자 - 한겨레 신문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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