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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분간( 퍼온시 )

-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 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 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 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 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 버릴 생,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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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868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56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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