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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굴 개혁하나?(퍼온글)

도깨비를 사귀었나? 속담이다. 재산이 번쩍번쩍 늘어감을 이름이다. 민중의 슬기가 배어 있다. 그랬다. 동서고금 두루 재산을 경계했다. 인도의 타고르는 말했다. 우리의 재산은 우리의 한계다. 로마의 세네카도 비금비금한 경구를 남겼다. 큰 재산은 큰 속박이다. 언론사 탈세를 파헤친 국세청장은 산 증인이다. 장관으로 영전되자 그의 재산이 날마다 1면 머리기사로 올랐다. 결국 그는 물러났다. 사주를 구속한 검찰의 이권개입 혐의도 곰비임비 불거지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신문 1면과 사회면을 가득 채운다. 집권여당의 중진 의원까지 질타했다. “썩은 검찰 탓에 정권이 흔들린다.” 아니나다를까. 조롱이 나온다. “누가 누굴 `개혁'하나.” 김대중 주필의 질문이다. 류근일 논설주간도 장단을 맞춘다. `천민민주주의'. 둥개는 김 정권을 한껏 놀린다. 두 사람이 정권의 압력을 받았다고 직·간접으로 주장하고 있기에 이들의 깜냥은 한결 `용기'있어 보인다. 김 대통령으로선 기가 막힐 터이다. 하지만 어떤 말도 지청구로 들리기 십상이다. 정권의 노른자위에 올곧은 인물이 혹 있다면, 당대표·국무총리·청와대비서실장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미쁘다면, 또 모르겠다. 누가 누굴 개혁하나라는 조소에 `동교동 정권'이 묵묵부답일 수밖에 없는 오늘은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여론 똑바로 읽으라는 여론을 전혀 읽지 않은 대가다. 언론개혁의 대상으로 꼽힌 신문권력은 가히 `풍성한 한가위'를 보냈을 법하다. 우리를 손댄 정권은 반드시 손본다는 권력과시가 지면 곳곳서 태깔스레 묻어 나온다. 대통령 발언을 꼬투리 잡아 빨갛게 색칠한다. `민주주의 열등감'도 벗어난 듯하다. 그래서일까. 과신한 나머지 입길이 분수를 넘었다. 조선·중앙·동아는 언론개혁운동 주체들까지 싸잡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다. 언론개혁운동은 1975년 `동아사태'이후 줄기차게 벌어졌다. 신문사를 대물림한 과정이 얼마나 적법했는지 세무조사로 따져보고, 정기간행물법을 개정해 편집의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운동과제는 현 정권이 들어서기 오래 전부터 설정되었다. 언론개혁운동의 주체 가운데 김 정권이 개혁을 주도하리라는 망상을 지닌 어림쟁이는 아무도 없다. 더구나 정간법 개정은 청와대 아닌 국회 몫이다. 언론개혁운동은 정간법 개정에 나설 어떤 정치세력과도 무람없이 손잡을 수 있다. 문제는 독자들이 개혁을 촉구하면 자성할 섟에 뜸베질인 신문권력에 있다. 분명히 해두자. 탈세를 밝힌 국세청장의 투기가 드러났다고 해서 신문사주의 죄가 면죄부를 얻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의 큰 재산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산형성 의혹을 파헤친 신문의 날카로운 칼날도 예찬할 만하다. 다만 그 잣대에서 자신도 예외일 수 없다. 조선·중앙·동아의 사주는 물론 고위간부 가운데 재산형성에서 투기나 `촌지' 의혹이 없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정녕 `도깨비'를 사귀지 않았다면, 공개하라. 공직자가 재산을 밝히듯이 사주·주필·논설주간·편집국장 스스로 곳간을 열어라. 대다수가 상상을 초월한 재산을 지니고 있다는 세상의 `오해'를 풀 때다. 언론개혁은 이제 겨우 `대장정'의 강파른 고개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국세청·검찰 심지어 언론운동단체를 상대로 사실을 부풀리고 왜곡하며 `총보복'에 나선 신문권력의 힘을 우리 모두 살갗으로 느끼고 있다. 신문시장 독과점을 무기삼아, 참을 거짓으로, 거짓을 참으로 여론화한다. 그래서다. 누가 누굴 개혁하나. 비아냥에 정중히 답한다. 누가? 언론의 궁극적 주권자인 민중과 민주언론인들이다. 누굴? 바로 그렇게 묻는 신문권력이다.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숨쉬는 한 언론개혁은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어찌 비단 언론개혁만이겠는가. 모든 개혁이 벅벅이 그러하다. 시간은 언제나 진실의 벗이다. 손석춘/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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