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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가을 억새( 퍼온시 )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 정일근 님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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