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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퍼온시)

(이태수)그냥 걷고 싶을 때가 있다.불볕을 이고 찐득거리는 아스팔트길을 지나푸성귀들이 아무렇게나 무성한들길을 걷고 싶을 때가 있다.가위눌리고, 끝없이악몽에 시달리는 시간을 빠져나와발길 닿는 데로 아무렇게나시간을 문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푸성귀들처럼 고개 쳐드는 시름들을더러는 물 위에 띄우고,바람에 날리거나 뜬구름에 실으며,너를 잊기로 하고, 내 마음의 파도도 재우고들길의 푸성귀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뜨거운 햇발을 받아들이며언제나 가슴을 열고 있는이 벌판에서 아무렇게나버려져 있고 싶을 때가 있다.어제도,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길이 너무 많아 길은 보이지 않고길이 안 보이므로 더듬거리는그런 목마름도 벗어던지고,팔을 뻗고 발을 구르는이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뛰어아무렇게나 고함지르며길 위에 버려져 있고 싶을 때가 있다.또 다른 하늘이 보일 때까지,영영, 하늘이 캄캄해져버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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