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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감은사를 추억하다

* 권 혁 웅 * 감은사에 왔다, 시인은 감은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不在하는 감은사 풍경을 보여주었지만 실제의 감은사는 人間世 바깥으로 거처를 옮겼다 인간은 오래도록 장려함으로 인간세를 꾸며왔으나 세상에 대한 푸르른 욕망이 늘푸른 꿈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감은사는 무성하게 푸른 꿈속에서 솟아올랐지만 남은 것은 마른 모래알로 벌판을 채우는 바람뿐 이제 감은사에는 황폐함만 무성하다인간의 諸行無常이 감은사 가는 길을 가렸다 무상함으로 촘촘한 길, 감은사에 간 이들은 오래 보잘 것 없음의 아름다움을 느끼리라 나는 오래도록 有常한 욕망의 길을 꿈꾸어왔다 언젠가 나 또한 없는 것들과 더불어 아늑할 수 있을까 욕망이 있었다고, 그것이 언젠가 저 들판에 感恩의 존재론적 구성물을 쌓아올린 적이 있었다고 내 손가락은 가리킬 수 있을까기억의 목록을 뒤져도 감은사는 없다 내가 모르는 저 벌판 너머 어딘가로 감은사의 돌과 나무들 흩어진 지 오래일 테니까 주춧돌 위에 자리한 感恩과 회랑을 돌며 경배하는 무리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리저리 몸 바꾸는 모래들만이 지금도 여행객의 눈길을 잠시 붙잡아둘 뿐이다다만 욕망의 물길이 저 아래로 흘러 들어와서는 마지막 힘을 솟구쳐 감은사에 두 탑을 남겨놓았다 한다 두 탑은 한창 수리중이다 그것들 서로 마주보는 날, 우리 장려한 不在의 꿈이 완성되리라 그리로 나 있는 우리 마음의 小路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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