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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추억속의 명절


  

어릴적의 명절,
이 때쯤이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데...
이모님댁의 떡매 치는 소리가 듣기 좋았고,
어머님의 단정한 앞치마 입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콩나물 국을 끓인다,,
묵을 쑨다느니...
하루내 방은 지글 지글 끓어서 뜨거운 아랫목을
앉지도 못했다.


아무리 가난해도 , 이 날만은 명절중의 최고명절이라..
정성껏 떡을 만들고,
주막에 모여서 웃음 판을 피웠던 남정네들..
집에선 모든 음식 만든건 아낙의 몫이고...


- 왜 그렇게도 설이 기다려 지고 그랬을까?
설빔을 혼자서 내서 보고 입어 보고 했던 그런 날..
설빔이라야 화려한 것이 아닌 어머님이 호롱불밑에서
정성껏 지으신 검정 한복인데.....


어머닌 하루 동안 바빠서 쩔쩔매도 그건 아낙의 몫이란
생각에 하루내 주막에 계시다가 해가 뉘엿 뉘엿해서야
돼지 고기 몇근 사들고 집으로 오시던 아버지...
말끔히 면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명절 전이라 , 떡 하지 않은 집이 있을가만 모두들 옆집
외할머니집으로 모여 들었지..
아니,
하루 동안을 들락 거림서 살았다고 해야 옳다.
그렇게 북적대는 외손주 녀석을 대견스럽게 바라봄서
마냥 미소로 반기시던 맘 좋던 외할머니...
그 반대로 외 할아버진 무서웠다.
- 네 놈들 집에서 놀지 뭐랄라고 여기서 그렇게 북적대고
떠들고 쌈이나 하고 그래 이 놈들...


우리집 까지 딸 넷을 한 동네 살게 하신 외할아버지..
그 손주들이 함께 모여 북세통을 떨고 떠들었으니 얼마나
지겨웠을까?
그런 외손주들이 보기 좋았던지 외할머닌 한번도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었다.
늘 하얀한복을 정갈하게 입으시고 우릴 맞던 외할머니..


나의 어린 시절은,
친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진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친 조부님은,
늘 경외의 대상이고 무서운 존재였고 오심 늘 근엄한 모습으로
다녀가곤 했지만 수시로 대면하는 할아버진 늘 친근한 모습으로
너무도 가깝게 지냈다..
사람도 가까이에서 만나고 대화하면 정이 든 이치와 같이...


연세 들어서 중풍으로 보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외할머니..
바로 옆이라 저녁식사 끝나면 오시곤 했다..
한손엔 먹을거 들고서 걸음도 비쭉거리는 모습으로..


아버지에게 혼이 날 땐 늘 외할머니 앞세우고 집엘 갔다..
차마 매를 들일이 있어도 감히 외할머니 앞에선 매를 들지 못하
시던 아버지..
그 약점을 너무도 잘 알던 나라서....
늘 내가 애기하면 잘 들어 주셨던 외할머니...
- 오냐, 걱정마라.
내가 널 때렸다간 혼을 내 줄거다.
같이 가자꾸나..
하셨던 외 할머니...


지금은,
흑백 사진 처럼 색의 빛이 바랜 모습뿐...
눈물 겹게 보고 싶은 모습은 어디고 없다.
간혹 시골에 가면 이모집의 벽에 걸린 그 외할머니..
- 할매,
나 왔어..
동안 잘 있었어?
하고 속으로 되뇌임서 말없이 웃고 계신 외할머니와 대화
하곤 한다.
지금은,
머언 전설처럼 머리속에만 새겨진 것들이라..
눈물겹게도 그리운 내 추억의 그림들...
아~~!!
되돌아 갈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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