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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리 추억


  
전남 승주군 서면 선평리....
그때만 해도 자주 편지를 쓰던 때라 지금도 그곳의 주소를 기억하고 있다.
기억력이란 대단한거다.


높은 담장이 사각형으로 쳐진 곳에 자리잡혀 있던곳의
하얀 건물이 순천 교도소였다.
뒤는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연이어 쳐있고, 앞으론 벌판이 훤하게 펼쳐진 사이로 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시내라고 하기엔 넓고, 강이라고 해야 옳을거 같다.
수량도 풍부하고, 하두 맑아 여름이면 목욕도 하곤 했다.
강폭이 아마도 10 m 는 된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 강의 이름은 몰라도 선평리앞을 흐르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3 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이 <삼성산>이라고 했던거
같다.


9월도 거의 다 가던 때...
들은 황금의 물결이 구비치는 결실의 계절였다.
남해고속도로가 한창 닦고 있었던 때......
거기 순천을 찾았다.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한 곳으로.....


그 때 선평리에 살았던 ㅈ 를 알게 되었지.
전북 운봉에서 살다가 이사왔다던 그녀.
그년,
운봉 애기를 퍽 재밌게 해 주었다.
천성이 밝고 발랄해 사교성이 있는 여학생였다.
20 대 였던 나를 그년 아저씨 아저씨 하고 따랐다.
18살정도 였던가?
헌데도 그녀는 퍽도 조숙한 편에 속했던거 같다.
어른 스럽고, 성숙했던걸로 기억이 된다.


나 보담 한참이나 아랜데도 이성이라서 대화가 가능했던가 보다.
선평은 시골이라 사는 여자들이란 한결같이 촌스런 모습이었는데 내 눈에 그녀는 상당히 세련되고 귀염성 스런형의 학생였지.
첫 눈에도 왠지 눈에 확 들어오는 그런 여자.
그녀가 친하게 지내는 언니집에서 우린 우연히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추렴 비슷하게 술 자리에 초대받았던거 같다.
명랑하고 쾌할하게 말을 잘 하는 그녀가 좋아 보였다.
보기 드문 미인형의 여자.


그게 인연이 되어 그녈 꼬드겼었다.
역시 그년 상냥하게 대했고, 발랄했다.
어찌나 성격이 낙천적이든지, 항상 얼굴이 밝았다.
대화하다 보니, 그녀가 17 살이란 것도 처음 알았지.
항상 어른이 되고 싶어 나이도 부풀려 많게 말을 한단다.
그래서 그런걸까?
그년, 17 살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어른 스러웠다.
성격도 쉬원 쉬원하고 척척 알아서 해 주고.....


우린 선평리 강가에서나, 혹은 남해 고속도로 위에서 만나곤 했지.
타향생활이란 것이 원래 외로운 법이다.
외로워서 더 가까워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친한것을 눈치 챘던 강 모직원.
그가 그에게 추근대고, 사귈려고 한다는거...
ㅈ 가 말해준다.
그 직원도 눈은 있어 미인은 알아보는 건가?
이미 그년 내 곁으로 기운것을 헛물켠 그 친구..
답답할 일이지.
다른 총각 직원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게의치 않고 우린
상당 기간 친하게 지냈다.


애시당초 결혼 같은 것은 상상도 않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녀에게 몰입했던 것이것이 내 심리였을거다.
허나,
여잔 그런가?
앞날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녀와의 결혼?
상상도 하지 않았다.
정신적인 여유도, 경제적인 기반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위치에 비하면........


나에 비하면 그년 상당히 번민했던거 같다.
그렇다고 그녈 깊은 관계로 이끈건 아니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하여 일생을 후회함서 사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아온 탓인가.......
연장자로써 어떤 도덕적인 굴레가 가림막였을까?
같이 시간 보내고, 대화하고 함께 식사하곤했다.
때때론 그녀에게 몰입하고, 유혹에 빠져버리고 싶을때도 있었지만 그럴때 마다 냉정한 내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곤했다.
분위기에서 빠져오는건 남자가 더 현명한건 아닐까?
그런 내가 그년 못 마땅해 보였을까.
책임회피하기 위한 술수로 보였던지.....?
원망인지,아쉬움인지 그런 시선으로 비쳤다.
- ㅈ 야..
우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위치에서 만나자.
오랜 시간이 흘러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고, 그리워 하는 위치.
가볍게 만나서 친구처럼, 때론 친 남매처럼 그런 필요한 사람으로 우린 머물자..
- 알았어요..
그런 나의 제안에 그년 긍정적인 답변을 하면서도 극적인
관계(?)를 바랬던 것은 아닌지......
어떤 도덕적인 굴레로 자기 곁에 부뚤어 매 둘려는 의도가 있었던거 같아 보이기도 했다.


늘 그렇게 만났던 우리들.
갑자기 서울로 이사가게 된 그녀.
그녀와 마지막 밤을 대화했지.
쭉 뻗은 남해고속도로위에서다.
-아저씨,내가 서울가면 꼭 편지 할께요.
답장 주실거죠?
그리고, 여전히 절 잊지 않을거고......
-그래,그래..
서로 몸은 떨어져 있어도 우린 변치 말자.
자주 편지해.
답장은 꼭 할께,아니 주소를 알면 내가 편지 할께..
동안 너무도 고맙다.
네가 옆에 있어 외롭지 않았는데 이젠 어쩌지....
-마음만 변치 않은 다면 뭐가 걱정인가요?
만날수 있겠지요....
한 동안 편지가 왔었고,답장도 하곤 했다.
이미 연서로 변했던 편지들.
만날땐 한번도 해 보지 않던 언어들.
뜨거운 언어를 쏟아내고 있었다.
멀리 떠나면 그리워 지는 건가 보다.
사랑, 고독,그리움,어제,영원등등의 언어로 채워진
그녀의 편지.
그녀의 간간의 편지는 더욱 그리움을 낳게 했었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했던가?
환경에 지배를 받는게 인간이라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끊어진 편지, 그리고 긴 침묵의 시간들.


난, 그녈 잊기로 했다
아니,잊을수 밖에 없었지.
여자란 갈대와 같단 것을 되뇌이면서..


그리고, 한참뒤....
두 어린애를 안고서 내 앞에 나타났던 그녀 ㅈ...
한 8 년이 지난 후였고, 이미 그년 남의 아내가 되어있었다.
여전히 아름답고, 고운 자태로 내 앞에 왔던 그녀.
허지만,이젠 도리킬수 없는 그런 위치로 변해 버린 우리들.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는 위치가 아니지 않은가?
화려하게 변신한 그녀가 어쩜 자랑하고 싶어 온건지도 몰랐다.
내 눈엔 그녀가 결혼을 잘 했던거 같아 보였다.


그리고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지금 ㅈ 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추억을 그릴까....
나를 자신의 추억의 한 귀퉁이에 넣어두고 있을려나...


아련히 떠오르는 선평리의 아름다운 추억.
그 속으로 빠져 들고 싶다.
아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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