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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추억

 

 

 

 

 

 

 

 

 

* 청 포도 *

<< 이 육사 >>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늘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며,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세째 이모집엔,7 월이면
청포도가 열리고 있었다.
얕은 야산아래 있던 이 모집.
우린,
그 산으로 올라가서 놀기를 좋아했다.
산을 오름 편편한 동산이 있어, 서로 모여 병정놀이를
하던가, 이 산 저 산으로 달리기를 하던가......
동넨,
마땅한 공간이 없는 탓이었던거 같다.


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서 있던 청포도 몇 그루..
이모부가 하나 하나 줄을 쳐서 탐스럽게 익게 만들어준
그 줄을 따라 알알이 익어가던 청 포도..
채 익지도 않은 청포도를 몰래따 입에 물고 산으로 오르던
우리들.
시디 신 맛이었는데 왜 따곤했을까?
그저 먹고 싶은 마음였다.
-에끼 이놈들,
아직 익지도 않은것을 따냐..??
하시던 사람좋은 이모부.
그 뿐였다.


하두 자주 오르던 길이라,
그 청포도가 다 익을땐, 몇 개가 붙어있질 못했지.
오고 감서 하나 둘 따 먹은 바람에.....


그래도,
다 익으면 몇 송이를 나눠 먹던 그 인심 좋던 때...
이모님이 네 분이 한동네 산 바람에 어지간히 준비하지
않음 나눠 먹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조금의 특별한 음식은 꼭 나눠 먹었던 우애 좋은 이모님들...
나에게 이모는,어머니와 다름없는 그런 밀접한 관계였다.


지금은,
그 옛 터만 남은 세째 이모님 댁.
산으로 오르던 길은 잡초만 무성하고, 청 포도는 흔적조차
없다.
늘 인자하기만 했던 이모부와,앞 치마 두르고 정젯문을 들락
거리던 세째 이모님.
이젠,
그 이모도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모든것이 애닲을 뿐..


음성에 감정을 잔뜩 넣어 읽어 주시던 허 정균 국어선생님.
그 선생님의 다정한 음성이 귀에 쟁쟁하다.
- 내 고장 7 월은.......하시던....
모든것이 그리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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