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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산 에서 보낸 시간


  
6시에,
등산로 입구에서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아침은,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듯 잔뜩 흐려 있다.
간간히 비가 내리다가 오후엔 개일거란 예보.
우산을 들고 303 번 버스를 탔다.


일요일 이 버스를 타면,
40 분 정도면 거뜬히 도착한다.
아침 5 시면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닌데 차 안은 텅 비었다.


차창을 반쯤 여니, 쉬원한 바람이 쏴와하고 차 안으로 들어온다
상쾌한 바람이 머리칼을 흐트르고,목을 간지럽힌다.
이렇게 부지런을 떨며 산에 간단 사실이 왠지 즐겁다.
차창 밖으로 수시로 변하는 모습들....
안양천변엔,
벌써 조기축구회원들이 나와 축구를 하고 있다.
건강을 얻으러 온 사람들이다.
이윽고,
영등포 로터리를 지나, 우측으로 먹자골목으론 밤새 술을 마신 주당들과, 눈이 빨갛토록 게임장에서 밤을 새운 10 대들이 택시
잡기에 정신이 없다.


-얼마나 즐거웠으면,
토요일 밤을 꼬박 , 술을 마신고 게임으로 밤을 새운담..


조금 더 가면 신 대방 삼거리.
가야 쇼핑센타가 있는 신림 네거리.
jung과 여기서 자주 만났고, 수 많은 사연을 만든 곳.
아직도, 그 사업의 미완으로 자신의 시간을 낼수 없는 그녀
jung...
세삼 오랜 추억도 아닌 것들이 생각나는 그런 곳이 바로 신림
네거리다.
관악산 갔다오는 길엔 늘 들려서 차 라도 한잔하고 헤어졌던 곳.
왜 오늘 그녀가 생각난 걸까?


신림네거리에서 관악산 입구까진 10 여분에 불과하다.
약속 시간 딱 10 분이 경과했다.
여전히 먼저와서 기다리는 그녀.
-이 정도 늦은건 보통이지?
-10 분이면 얼마나 가는 거린지 상상해 봤어요?
-난 몰라..
다만,내가 늦어도 네가 가지 않았을 거란 상상은 해..
-뭘 믿고 그러실까요?
난, 금방 가버릴까 했는데.....?
이런 가벼운 입씨름이란걸 안다.
말은 이렇게 해도 그녀가 절대로 혼자서 가지 않을거란
믿음.

뭘 믿고 그런 걸까.


간간히 비가 내린 탓으로 계곡의 물은 지난 주와 비슷하다.
볕도 나지 않고 흐려 등산하기엔 참 좋은거 같다.


천천히 걸었다.
마치 빨리 걷는 것이 아쉬운것 처럼...


전망 좋은 우리만의 아지트에서 차 한잔 하고 쉬었다.
이 좋은 아지트를 우리 아닌 누군가가 와서 있었나 보다.
주변에 지저분하게 쓰레기를 놔두고 간걸 보면.....
산에 오면 왠 그런 쓰레기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놔두고 갈까..

자신이 갖고온 것은 스스로 치우지 않고서.....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와 신선 놀음이 따로 없는거 같다.
맘 같아선 여기서 놀다가 하산했으면 좋을거 같은데 우린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놀러 온게 아니라 건강을 위한 등산하러 온 거니까...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하니 금방 12시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게으름 부린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왜 여유롭게
걸었을까...
1 시가 훨씬 지나서 우린 점심을 했다.
점심겸, 소주 한잔이 빠질수 없지.
그녀도 점심은 미처 준비를 못 했단다.
이렇게 늦게 온적이 별로 없으니까....
나른한 피곤이 기분좋은 오늘 등산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수 있단 것은 얼마나 좋은가.
그럴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는 것도 분명 행복한 일이리라.
언제까지 이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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