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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누님


  지금은,
광주직할시 임곡동이지만,
전엔 , 광산군 임곡면 등림리였다.
그 만큼 여긴 도시라기 보담 산골이 맞다.
앞과 뒤가 산으로 둘러쳐진 동네.
벌써 동네로 들러서자 산에서 나는 향기가
코로 솔솔 들어온다.
냄새만 맡아도 절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향..
산골은 이래서 좋은 것 같다.


순이와, 영란이, 세현이를 태우고 찾아갔다.
사실 오늘은,
금성산 아래의 태평사계곡으로 놀러가기로 했지만...
임곡 가는통에 미뤄야 했다.
그게 못마땅한 애들.
입이 뽀루퉁하다.
태평사는, 다음에 꼭 델고 갈게...


4 차선 도로가 뻥 뚤려 찾아가는덴 30 여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누님의 집.
참 사연이 구구한 집.
어려워 남에게 팔았다가 다시 산 집.
꼭 아버지가 살았던 집을 되찾고 말겠단 생각으로
딸들이 다시 더 주고 찾았단다.
대지 600 여평에 건물 30 여평의 집.
뒤엔 대 나무가 울타리 쳐 있고,
앞엔 단감 나무에 감이 주렁 주렁 열렸다.
1700 여만원을 투자해서 새로 고친 집이라 산뜻했다.
-누님, 그럭 저럭 살지..
뭐하러 그 돈을 들여 수리하고 그래요?
-하루를 살아도 깨끗하게 살라고 애들이 그랬단다..
아마 막네 딸 신자의 힘일거다.


누님에 대한 것은 어떤 것을 먼저 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참 한많은 삶을 살아온 분...
지금은,
어떤 걱정없이 편히 살고 계시지만, 누님의 인생은 기구한 인생
역경을 지내온 삶이었다.
사연없고, 아픈 기억없이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반 미치광이 같은 매형과,
손에 아무것도 없는 빈 손으로 어린 5 남매를 남 부럽지 않게
훌륭하게 길러 지금은 다 자신의 길들을 가고 있다.
구김살없이 자식을 길러온 누님.
그 처절하리 만치 고독한 삶은,
애기 하기도 벅차다.
그렇게 고단한 삶을 살아온 자신의 어머니를 아는 애들.
누구보담도 잘 하고 있다.


앨범을 펼쳤다.
막 돐이 지난 영란이를 안고 찍은 사진.
정자의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이다.
벌써 17,8년전의 사진..
노란 원피스에 빨간 가방을 든 영란이 사진..
귀엽다고, 사무실 여직원이 사준 빨간 가방..
바로 엊그제 같은데......
나도, 영란이도 많이 변했다.
어쩔수 없는 변화인것을...


-휴가인데, 어쩌냐?
하루밤 자고 가렴..
언제 네들이 와서 잠을 잔적이 있느냐?
그렇게 붙들어 매려는 누님.
그런 누님도 이젠 예순이 훨씬 지났다.
관절염 치료를 잘 못해서 한쪽 다리를 약간 전다.
그 관절염도, 가난과 싸워온 그 후유증이리라...


못내 아쉬운 듯한 누님의 표정.
마치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정 많고 인정 많은 누님.
고생한 보람으로 지금은 편히 사시는 것이 보기 좋아
그나마 마음이 밝다.
차 트렁크에 뭣을 그렇게도 실었는지 묵직하다.
주지 못해 안달하는 누님,
그 마음이 바로 우리네 시골의 인심이 아닐까?
-누나,
자주 놀러 올께..
어머님께도 시간있음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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