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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보내주신 성의가 고맙다.


  

-아빠,
이거 받아,무거워 죽겠어.
낑낑대면서 들고오는 영란이.
-왠 박스야, 과일...??
-시골서 보낸거래.
낮에, 아무도 없어 가게다 맡겨논건가 봐.
가게 언니가 주는데....?


배즙 한 박스다.
홍래 형님이 보내신거다.
이번 태풍으로 낙과한 탓에 별다른 재미도 못본 모양인데
이걸 택배로 부치셨다.
해마다 과일을 수확하면 보내주신 배..
올핸 과즙을 보내셨다.
당신이 수확한 과즙을 보낸단 것이 쉬워 보여도 택배로
보낸단 것은 쉬운거 아니다.


시골에 가면 과수원에 살다시피 하시는 형님.
어떻게나 부지런 하신지 만나기가 쉽지 않다,
논으로 밭으로 한시도 집에 계시질 않으니...
별다른 도움도 주지 못하고 오는데 잊지 않고 주신
성의가 감사할 뿐....
나 뿐이 아니라, 수원 형님께도 보냈을거다.


바글 대던 친척들.
시골에 가야 가장 가까운 친척은 바로 이 형님 뿐..
사촌간이긴 하지만, 떨어져 살다보니 가깝게 지내지도 못하고
산다.
이젠 ,
7 순이 넘어 이 형님까지도 항상 내 곁에 계실거란 것도
알수 없다.


평소엔,
과묵할 정도로 말이 없음서도 술만 들어갔다하면 이 사람
저 사람하고 시비를 해 좋은 평은 얻지 못하고 있다.
술 탓이긴 하지만, 그 습관을 어떻게 고칠건가......


군대갔다 와서 궁벽한 시골에서 한량으로 무위도식 할때...
이 형님이 여기저기 알아보고 날 취직시켜 주려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셨다.
우리집 일이라면 발 벗고 도와 주셨던 형님.
다른 사람관 함부로 싸움질을 해도 아버지 앞에선 꼼작않고
고분고분했던 형님.
아버지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격였다.
아버진 그 만큼, 엄격했고 도리에 어긋난 짓은 보지 못한
불같은 성미였다.


피는 속힐수 없는건가?
찬찬히 보면 달라도 얼핏 보면 걸음걸이라던가...
무심중에 행동이 아버질 많이도 닮았다.


다들 도시로 도시로 떠났어도 당신만이 홀로 고향을 지키는
것에 든든한 마음이 듬은 왠일일까....
산소관리에서 부터 자잘 구레한 대소사를 처리해 주신것에
드는 듬직함인지도 모른다.


-형님,
뭐 이런거 보내셨어요?
보내주신 성의 고맙구요, 잘 먹을께요.
-그래, 그래....
건강하고, 다음에 또 보자.


나이가 들수록 친척의 얼굴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사촌형님이 계신단 것에 위안도 된다.
사촌형님도 내 맘과 같은 걸까...
나이듬은 외로워 지는 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오고 있으니 그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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