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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가을이 주는 마음


  

-저 담주 일요일,
우리 모임에 꼭 와, 알았지?
이번엔,꼭 와야해..
-어디서 모인데...?
-성북구 장위동인데, 전화 번호 적어놔.
구 장위동 사거리야..찾기 쉬워.

현숙의 전화.
자기들 모임에 오란다.
그 모임이란 것이 여자들 모임인데..
왜 오란 것인지, 모를일이다.

친한 현숙의 집에서 했을때도 가지 않았는데..
그렇게 친한 편도 아닌 그 집에 오라니.......
가고 싶지 않다.

뻔한 스케줄..
모여서 소주 한잔하고, 노래 방으로 이동해서
또 다시 광란의 밤을 보낼려고 할거다.
마침, 그 노래방도 모임 친구가 하고 있으니..
밤새 놀아도 누가 뭐라 할건가....

지난 번에 만났을때....
그 밤이 좋았을까?
오랫만에 만났는데도 우린 너무도 친숙하게
즐겁게 놀았지.

어렸을때의 현숙이도 아니고,
그런 분위기도 아닌, 조금은 생소한 분위긴데..
왜 그렇게 스스럼이 없을까?
낯익은 얼굴이란거.....
오랜 전에 알았던 사람들이란 거.
그거 때문일까?
부등켜 앉고 빙빙 돌아도 전혀 이성이란 느낌(?)조차
없다는 거....
낯익은 얼굴이란 이렇게 편한건가 보다.

-그래, 알았어.
생각은 해 볼께...
기다리진 말아라.
이미 마음은 정했다.
가지 않을거란 작정.

거기 가야 한다면,
가을 산행은 미뤄야 한다.
이 가을이 타는 산을 결코 포기할수 없다.
산으로의 발거름,
이런 기쁨 보다 더 좋은게 있을까?
그녀와의 동행이 너무도 좋다.

현숙이의 마음.
모른게 아니지.
우린 머언 추억을 여행하고 싶은거다.
희미한 추억을 둘이서 끄집어 내어 여행을 하고
싶은 여자의 마음.
지금은, 갈수 없다는 것에 더 큰 미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가을바람이 여인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는 거.
그게 다 허무란 것을 알지만............
다 지나고 보면 허무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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