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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옛 애기


  
5시가 다 되어서야 걸려온 그녀의 전화.
토요일 갔다가 방금에야 왔단 보고.
다 이유가 있었다.
-피곤할테니, 다음에 전화하자.

말은 그랬지만, 만나고픈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책을 펼쳤다.
간단히 끊은 전화에 속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속좁은 여잔 아니란걸 알지만....
조금은 매정하게 자른거 같다.
토요일 갔다지만, 그 사이에 전화한통 못해준
무 성의에 조금은 섭섭했던게 솔직한 심정였다.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겠지.

조금있으니,
ㅅ 씨의 전화.
-오랜만인데, 소주 한잔할까?
모처럼 시간이 있어서 전화한거야..
-그러지 뭐....

서울 구치소 시절에 쫄병으로 만났던 우리.
이미 오래전에,
그 직을 그만둔뒤 이것 저것 하다가 지금은 수원에
김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사장님.
나완 동갑이지만, 아들, 딸이 장성하여 이미 취직하여
돈을 벌고 있단다.
팔자 늘어진 그 사람이 부럽다.
일찍 결혼하여 자식을 빨리 둔것 차이 밖에 없는데...

내가 소주 2 병,
ㅅ 가 4 병.
많이 마신거다.

오랜만에, 우린 커피™Ÿ으로 이동하여 애길 나누었다.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커피 ™Ÿ.
총각시절엔, 우린 늘 약속장소가 커피™Ÿ였지.
< 약속 > < 희 다방 > < 거북 다방 > < 심지 커피™Ÿ >
< 노라노 다방 > 등등...
지금도, 그곳 다방 풍경이 눈에 훤히 들어온다.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
그 애타는 심정을 어떻게 말할까?
-손님중에 김 00 씨..
지금 카운터에 전화가 와 있습니다.
뮤직박스의 멘트..
-저 미스 리에요.
사정이 있어 한 20분 늦을거 같아요.
미안합니다.

그래도 온단 전화는, 반가운 전화다.
오지 못한단 전화도 많았지.
그 시절은,
그 커피™Ÿ 전화를 알아 연락해주는 것이 유일한
것이라..
그 당시론 핸폰이란 상상인들 했을까..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게 먼 애기가 아닌데......

커피 ™Ÿ 풍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음악을 넣어주고, 음악사연을 전해주는 dj가 없다는 것.
손님이 바글 바글 하지 않은 풍경과 음악조차 없다는것.
아무리 둘어봐도 젊은층은 보이질 않는단것.
- 참 이러고도 유지가 될려나?

우린 지금 70 년대 중반의 애길 하고 있는거다.
그 당시의 애기들.
윤형주와 서유석과 김세환이 통키타 들고 나와 노래 불렀던
기억들.
최 헌의 오동잎과 이 은하의 밤차가 한창 인기를 끌던시절의
애기들.
이미 눈가에 주름살이 늘었지만, 우린 그렇게 20 대의 청춘으로
되돌아가 그 시절을 회상하는 옛 애기에 푹 빠졌다.
-참 엊그제 같은데, 빠르지.
-그러게 말야.
어쩜 인생이 좀은 허무한거 같애.

김치 공장 사장인 그나, 자격증 따기 위해 공부하는 나나..
그 시절로 돌아가면 마냥 그리운 것은 같다.
같은 시절, 같은 근무처에 느끼는 것도 같아 그런걸까.
휘청거리며, 조금은 등이 굽은듯이 걷는 그의 모습에서
내 자신이 쓸쓸함을 느끼는 밤였다.
이런 감정은 세월이 갈수록 더 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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