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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어제 같은 추억들



  을순 누나와 진과 함께 우린 홍천엘 갔었다.
아마도 7월 중순경 여름였던거 같다.
자고 나니 연봉교 다리밑을 누런 황톳물이 다리 난간까지
넘실댔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홍수를 구경했으니까...
홍천강이지 그 강이....

상류에서 떠 밀려오는 것들..
-집이 바다위에 섬처럼 둥둥 떠내려 왔고...
-소며 개며, 심지어 뱀까지 지붕위로 둥둥 실려 내려왔다.
생에 대한 집착은 그런 동물도 예외가 아닌거라서....

허름한 여관에 여장을 풀었던 우리.
을순 누나는 진이와 나보담 무려 5 살이나 위의 엄청난 나이
차가 있던 24 살의 숙녀.
지금 생각하니 5 살은 맘 먹을 수 있는 나인데...
그런 나이 관계로 그랬을까?
그녀는,
우릴 이성아닌, 철 어린 꼬마정도로나 여겼을까?
19살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하긴,
우린 한번도 그 누나를 누나 이상의 감정으로 여겨본적이
없었으니까,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을순 누나는,
범 박리 비닐공장의 두째 아들인 ㅅ 씨를 좋아했다.
허나,
너무도 판이한 환경으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한건 ㅅ 아버지의 집요할 정도의 반대였다.
그 반대를 무릅쓰고 감히 결혼을 감행할수 있는 배포도
ㅅ 에겐 없었었다.

을순 누나는,
살짝 날 불러 연애편지든 연락사항을 전해주게 했고,
그게 매개가 되어 단둘이 만났었지..
가끔은.
미안했던지......
< 만나식당 >에서 만두도 사주고, 영화 구경도 시켜줬지만,
더 이상의 어떤 감정은 개입되지 않았었지...
전화가 없었던가?

우린 연봉교 옆의 허름한 여관에서 여장을 풀었다.
남자 둘과 과년한 여자 한 명.
전혀 이성으로의 감정은 없었지.
지금은 상상할수 없었던 것들..
을순누나를 가운데 우린 사이좋게 배치하고 잤다.
그런 누나 앞에서 훌훌벗어던지고 팬티만 달랑 걸치고
잘수 있단 것이 이성의 감정으로 느낀게 아닌거겠지..

이윽고 잠이 들었고,
한 참후에 그녀의 잠꼬대였을까?
아님 의도적인 행위(?)였을까?
나를 껴앉고 태연하게 잠을 자고 있는 그녀.
갑갑해서 눈을 뜨니 그런 상황였다.
그녀의 다린 내 허벅지위로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고 엉망였다.

숨 소리도 죽이고 가만히 내려놨지.
잠꼬대였을 거란 생각으로......
한 참후에 또 그런다..
헌데 이상한건 진을 향한 행동이 아니라 나를 향한
그런것들이 싫지만은 않았고 좋았었다.
묘한 끌림과 남성으로의 어떤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그누나에 대한 감정을 느꼈다.
누나아닌 이성의 감정으로....
진만 아니람 사건(?)을 저질렀을지도 몰랐을거다.
그 순간만은....
그런 상황이 좋아 나도 모른채 그녈 안고 잠을 청했지만...
잠은 이미 달아나 버리고 뒤척이는 불면의 밤을 새워야했다.
그래도 기분은 마냥 좋았던건 왜 일까?

낮과 밤이 주는 또 다른 이중성.
선과 악의 교차.....
남성이란 동물의 위선 같은거..
그건 내의지로 어쩔수 없었다.
동물적인 욕망 같은거였겠지..

-그 누나의 얇은 잠옷사이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운
살갗이 좋았고..
-그 누나의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좋았고...
-그 누나의 숨소리가 좋았고...
-그런 따스한 품이 너무도 좋았다.

-누나?
어떻게 잠을 그렇게 험하게 잘수 있어?
-왜??
-나를 완전 덮치고 숨조차 쉬지 못하게 자던데 뭘...
나 한숨도 못잤단 말야..
-내가 잠 버릇이 나빠서 그래..
심했니?
그럼 깨우지...
-아니, 좋았어...ㅋㅋㅋ..
간밤의 황홀한 순간을 전혀 눈치 못챈 진이가 눈만 껌벅거렸다
(바보 같은 놈...우린 만리장성을 쌓았는데......ㅋㅋㅋ...)

친 누나 아닌 이성과 홍천에서의 미묘한 감정.
이성에 눈을 이미 떴던 시기였으리라...
그때 누나도 내가 그런 감정이란걸 몰랐을까?
그녀 안에서 가뿐 숨만 몰아쉬는 그 애타는(?) 심정을
정말로 몰랐을까?
아님, 알면서도 그걸 즐겼을까?
골려주고 싶은 야릇한 감정....

서울 아닌 지방에서 살고 있단 소문을 들었을 뿐....
소식을 모른다.
ㅅ 와는 결혼은 물론, 연애로 끝났고...

한번 보고 싶다.
그리고 고백할거 같다.
-누나, 그때 정말로 누날 갖고 싶었다고...
진이만 없었다면...
나 참 나쁜 놈이지?
누난 그런 감정이 전혀 없었어?
여자의 포근한 품이 그렇게 좋단 것을 알려 주었고...
더벅머리 총각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누나.
하긴,
그때 까지만 해도 숫 총각였으니 당연하지.
보고 싶다.
어제 같은 일들..
요즘 왜 보고 싶은 사람이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내 영혼이 외로운가 봐.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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