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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여름날의 간식


  
어제 잠간 반짝 햇볕이 비치더니 오늘은
또 장마기로 변했다.
-엄마,
이런날 밀 가루 부침 해줘.
맛 있을거 같아..
분식을 좋아하는 영란이.
뭔가 심심한가 보다.
식성이 나완 사뭇 다르다.
칼 국수건 수제비건 좋아 하는 것이..

어렷을때 우린....
이렇게 장마기땐, 콩을 볶아 먹곤했다.
가끔...
그것도 아버지 눈치를 봐야 했다.
그것 조차도 낭비로 봤으니....
이런 날을 대비하여 어머님은 볶아먹을 콩을
따로 모아 뒀다.
보리에 간간히 콩을 넣고 무쇠솟에 볶을땐,
그 구수한 냄새가 이웃으로 번졋나 보다.
-아니, 이집 콩 볶나 보구나..
나눠 먹는 인심.
그게 철칙였다.
이런 전 부침 같은건 별미중의 별미.
우리만 먹을수 없었다.

울타리 사이로 전해 주고 받은 인정.
<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 >
이런 마음들이라 동네 인심 잃곤 살아가기 힘들었다.
-어젠 경호네가 떡을 했다네,,
-어젠 순애기집 제삿날이야...
뉴스 거리였다.
어떻게나 정보가 빠른지....
오전 일이 오후면 모두 알게 되었다.
그 만큼 이웃과의 거리감이 없단 애기겟지.
이런 여름 날,
보리밥에 찬 물 말아 풋 고추에 생된장 찍어 먹는
그 밥맛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
그런 보리밥도 서로 나눠 먹었다.

온 동네가 모두 아제고 친척였다.
<아제>라는 방언.
그건 전라도에선 가장 가까운 사람끼리 쓰면 금방 친근감을
느끼는 칭호..
-아제, 저 이것 좀 도와 줄라요?
모른 사람끼리도 이렇게 수수럼이 없었다.
남이란 것의 생소함.
타인이 따로 없었다.
아제가 아저씨란 말일가?

여름날의 간식거리 콩, 그리고 보리.
그걸 볶아서 먹을땐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시절.
<인간의 행복은 어떤 물질이 좌우하지 않는단 것이
바로 이런 것일게다>

눈만 돌리면 지천에 깔린 요즘의 간식거리.
피자에서 햄버거, 그리고 통닭까지....
더 먹어 비만이 될까봐 걱정인 요즘.
지금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행복한 시대라면 자살한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분명 물질의 풍요가 행복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비록 풍요롭지 못한 양식중에서 이런 날에
조금 볶아 가운데 두고 온 가족이 둥그럽게 둘러앉아
오손 도손 먹던 시절.
그런 시절이 진정으로 행복했던 시절이리라....
마음만은 따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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