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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너 에게 띄우는 마음


  
간사한 인간의 마음 마냥,
어젠 그토록 청명하고 푸른 하늘이 오늘은 잔뜩 흐리고
간간히 비도 뿌린다.
빨리 단풍을 맞이하고 싶은 걸까?
비 오고 나면 한층 기온이 떨어질텐데...
계절도 빨리 지날텐데..

jin..
너의 얼굴을 조용히 그려본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내 앞에 네가 나타나고...
넌, 바로 18살의 사춘기 모습이야
내가 그리는건....

10월이다.
언제 10월의 눈부신 햇살아래 누렇게 익은 나락
들을 봤던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어느해 햇살 좋은 9 월의 마지막 무렵.
청운의 꿈을 안고 첫 발령지 순천에 갔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때도 누렇게 익은 벼들이 풍요로운 가을을 구가하고 있었는데
........
그 청운도 꿈으로만 접고만 말았다
참 순간같다.모든것들이....

jin..
너와 난,
참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었지?
헤어짐이 마치 숙명처럼...
왜 우린 고향을 떠나야 했을까..
왜 그렇게 오손도손 살지 못하고 거길 떠나야 했을까..
뭐를 얻을려고....
마치 고향을 떠난 것이 출세인양 경쟁적으로 떠나들 갔었지.
지금은 빈 주먹 뿐인걸...

지금쯤 고향의 벌은 누런 황금빛의 물결이 구비치고 있을거야
10 월의 맑은 햇살아래 한 해동안 수고한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굵게 패인 주름살과 투박한 손으로,
잘 여문 나락을 만지작 거림서 흡족한 웃음을 지어야 할텐데
지금 농촌의 실정은 그게 아니라 안타깝다.
너도 그럴테지...

우리의 사춘기 시절.
너,석, 그리고 나.
잊을수 없는 추억들 참 많지?
거지 흉내를 낸다고 헤진 옷울 걸쳐 입고 동냥을
떠났던 우리들..
그리곤 어설픈 웃음에 가짜가 들통나 혼났던 기억들
너도 기억하지?
바로 어느해 추석무렵이었을거야...
진과 난,
무사히 통과했는데 <석>이 희죽웃는 바람에 들통나
기합을 받았던 그때 그 시절.
그런 객기가 어디서 나왔을가...
그런 추억조차도 그립구나...

jin..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도 잊을수 없는게 고향인가봐.
왜 그럴까?
우린 그래도 자주 가는데 반세기동안을 못가는 이북에 고향을 두고온 그 사람들은 얼마나 목매이게 그리울까?
강을 사이에 두고도 못가는 야속한 고향.
아마도 고향을 그리는건 어머니를 그리는 맘과 같은가봐..
그래서 고향을 애기하면 눈물이 나온거겠지...

아마 이 때쯤이면,
하루에도 수 십번을 들락거렸던 그 동네 그 골목.
반질 반질하던 고샅이 지금은 통행이 없어 무심한 잡초만
자란걸 보면 왠지 서글퍼 지더라..
다 어디로 간걸까?
성남, 태선, 창수, 태만, 성호, 성만, 춘식, 길식이 등등.
다들 어디로 간걸까?

jin..
넌 퇴직하면 고향에 돌아와 살겠다더니 어떠니?
그게 쉽지 않지?
너 혼자만의 맘이 아니라서.....

jin,
너 생각나니?
그 당시에 우리의 귀엔 좀 생소한 노래
<새드 무비>가 유행한적이 있었지?
그때, 그 노래를 가르쳐 주겠다고 한글로 적어준 노래 가사..
넌,그래도 영어로 유창하게 잘 불렀는데.......
가끔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네가 가르쳐준 생각이 난단다.

jin...
네 집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스미는 구수한 한약냄새.
참 좋았었다.
천정에 주렁 주렁 매달린 한약 봉지들..
집안에 꽉 찬 그 냄새..
아마도 그때가 너의 집은 황금기 였을까?
<약방댁>으로 통했던 너의 집.
유명세로 돈도 많이 벌었었지.
그 덕에 넌 늘 반짝거리는 자전거를 탈수 있었지만..
난, 네가 부러웠지.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거든.
농삿일이 없는 너는, 날 따라 논에도 가고
밭에도 함께 따라가 줘 도와주었지..

그리고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엔.
너른 저수지가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었지.
썰매타는 애들, 팽이치는 애들,공치기하는 애들..
시끌법적하기만 했던 그 저수지.
가끔 그 저수지에 오르지만.......
그 주인공돌은 보이지 않고 키가 넘은 갈대만이 맞이해 주더라.
그걸 보는 마음이 얼마나 슬픈지 아니?
그리운 얼굴들이 보이지 않은단 것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아니?
왜 바보들같이 다들 떠났을까?
이 고향을 지키지 못하고.....

jin..
겨울이 오면 고향에 갈거야
그리고, 그때 처럼 너의집에 갈께.
비록 한약냄새가 사라졌다해도 갈께.
그때 처럼,
-새드무비,
-항구의 일번지.
-바다에 사나이..
우리 부르자.
우리의 < 순수시대 >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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