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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숙이

공직생활을 한 날짜에 그 만둔 ㅂ 와 관악산 등산.

과부 마음은 과부가 안다고  언제 부턴가 잘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현직에 있을때 보담은 퇴직후에 더 가까워진 사인거 같다.

 

-늘 젊은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태도.

- 생활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 건강의 중요성을 제일의 조건으로 생각하는 태도

-모든 삶의 중심은 본인위주로 보는  사고

-얼마나 재산을 갖고 있느냐, 보담은 얼마나 여유롭게 살아가느냐...

삶을 지탱하는 사고 방식이  비슷한 점이 많다.

대화를 하면 통하는 점이 많아 친해진걸까....

 

11시에 등산로 입구에서 만나 천천히 걸었다.

303번 타고 왔던 서울대 입구를 이번엔 651번을 타고

남부순환도로로 오니 20분은 더 빠른거 같다.

이것도 정보부족에서 비롯된거....

등산로는 엊그제 내린 눈으로  미끄러웠지만

천천히 오르니 아이젠 없이도 오를수 있었다.

이미 양지쪽은 눈이 녹아 맨살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너무화창하고  좋은 겨울 날씨..

어찌나 청명한 하늘인지 국기봉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너무도 선명하게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도 저기도 높고 천편일율적인 아파트 군........

-저러다 몇년 안있음 온통 서울이 아파트 숲으로 덮어 버릴거 같애

-글쎄 말이야...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데.....

이건 서울이란 도시가 특색이 없잖아..

헌데 살아보니 아파트가 살기 편한걸 어떡해??

너도 나도 단독을 버리고 아파트로 몰리는걸...

하긴 나도 단독을 팔면 아파트 살려고 하는걸...

 

국기봉 아래 양지쪽에서 그가 갖고온  점심을 먹었다

그곳에서 먹는 컵 라면도 별미였다.

사방은 눈으로 덮여 온통 하얀 색뿐...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멀리 산봉우리에선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거 같다

마치 겨울 지난 초 봄 처럼 포근하고 바람한점 없다.

추울까봐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입고 온게 기우였다.

-이렇게 포근한데........

 

-난,

멀리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으로 이민이나 갈가봐..

-왜?

이 좋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잊을려고?

-편히 살려고...

거기 가면 연금을 현재 정도 타면 편히 산데...

그 나라에서 어서 옵쇼 한다던데?

-그게 문젠가...

말도 통하지 않고 모든 풍습이 영 다른 그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될가..

난 그런 생각 전혀 없어..

왜 이 좋은 나라를 버리고 멀리 외로운 곳에서 가서 살아..

얼마나 잘 살겟다고.........

-우리 정도의 연금 탄 사람들 많이 산다던데?

-남이야 그러건 말건...

이해를 못하겠다.

현재의 이 수준으로도 뭐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불편없이 사는데

뭐 더 이상 행복하게 살겠다고 이민을 간단것인가...

매일 매일 밀려드는 미칠듯한 향수는 어떻고??

이 금수강산은 어떻게 잊고.....??

 

1990년도에 인도네시아 관광길에 올랐을때

-정년후엔 여기 인도네시아에 와서 사십시요

여기서 5000 만 투자하면 평생을 편히 살수 있답니다..

물가가 너무도 싸서 말이죠..

한국인 관광가이드의 말이었다.

<미쳐서 이런 타국에 와서 살아,,,

모든것이 자유롭고 편안한 조국이 좋지...>

그랬었다.

우리와 비교해서 문화수준이 상대도 안된 나라에서

어떻게 산단 것인가?

그 불편함을 어떻게 견딜려고......

 

관악산 정상에서 안양 방면이 아닌 서울대 방면으로 유턴했다.

ㅂ 가 잘 아는 호프집에서 호프 한잔 하잖다.

-벌건 대 낮에 무슨 호프야,,그러지 말고 내 친구가 신림 사거리에서 양념 소금구이

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거길 가자구.....

 

고향 친구 < 숙 >을 염두에 두고였다.

몇번인가 한번 들르라는 그녀의 전화였지만 한번도 가질 않았었다.

주로 안양 방면으로 가는 경우가 대 부분였지만 그것 보담은

관악산 등산은 주로 < j >와  동행였기에 갈수 없었다.

숙의 눈에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닐테니까....

 

신림사거리 < 왕 소금구이 >

자그마한 이면 도로에 있었다.

늘 사람들이 북적대는 그런 곳이라 장사는 그런데로 잘 될거 같다.

-야 왠일이야?

오늘은 어떻게 꿈을 잘 못꾼거 아냐??

반색하는 숙..

 

<숙>은 한 동네 친구였다

동갑에다 사춘기 시절에 이런 겨울이면 밤이 깊은줄 모르게

수건돌리기, 화투치기, 눈 가리고 상대방 점찍기.....

남자셋,여자셋...

여섯은 너무도 친하게 지냈었다.

-수양 버들이 하늘 하늘..

이렇게 늘 자신의 18 번을 잘도 불렀던 숙이..

긴 머리에 웃을땐 보조개가 귀엽던 숙이..

나와 동갑인 숙은 여전히 자신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선지

전혀 변함없이 여전히 젊고 아름답다.

-넌, 어떻게 세월을 그냥 지나치냐?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

-너도 그런데 뭘...

 

이런 숫불갈비집을 운영함서도 술 한방울도 입에 못댄다는 그녀.

그리고 낮에는 술 한잔 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남편.

-아니 그렇게 친하게 지냈는데 자주 좀 놀러 오세요

집 사람이 자주 애기해서 잘 알고 있지요..

-내가 1967년도 숙이가 20살때 남대문의 <여성회관>에서 결혼식한다해서

참석한거 알고 있나요?

-집 사람에게 들어서 알고 있죠..

그랬었다.

난, 결혼이란 것을 상상도 못한 시절에 그녀는 훌쩍 결혼한다는

전화를 했었다.

물론 시골에 있을때 어떤 섬씽(?)이나 러브 스토리 같은건 없었다

막연히 그져 좋아했을 뿐..

헌데 그녀가 결혼을 한단 소식은 왜 그리도 슬프던지??

마치 나의 소중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나는 듯한 감정.

나를 배신하고 떠나는 여자.

<내가 숙을 마음속으로 사랑했었나?ㅋㅋㅋ...>

 

ㅂ와 둘이서 소주 3 병

ㅂ 는 얼굴이 그대로 인데 난 마치 홍당무처럼 벌겋다.

그게 별로 좋지 않다던데............

 

자꾸 돈을 받지 않으려는 그녀를 달랬다

-너 이거 받지 않음 다신 올수 없어,

그러지 말고 받을건 받고 서비스로 줄건 주고 그래

그래야 내가 편하지....

-담에 한번와

우리집서 아니고 다른곳에서 한턱 쏠께..

-그래 그래...

배웅함서 살짝 웃는 그 매력적인 보조개가 여전히 고혹적이다..

고향친구와 오랜만에 회후하고 보니 너무 기분좋다.

거리는 크리스 마스 이브의 기분으로 벌써 출렁대고 있었다.

거리를 가득매운 젊은물결.

-청춘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냐.....

부럽다.

나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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