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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오래된 친구들.

사당역에서 8시 30 분 출발.

도착하자 택이와 헌이 기다리고 있었다.

큐선 좋은 에쿠스.

< 춘 >의 딸 결혼식이 광주의 상무대 부근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다.

 

춘인,

초등학교 동창였고 아마도 거의 6 년간을 한번도 빠짐없이

한반였던거 같다.

성실성이 그의 장점으로 지방직 공무원으로 들어가

고향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한지 얼마 되질 않는다.

 

이른 아침이라 설까..

일요일인데도 고속도로는 텅 비어있었고

속도감을 느낄수 있었다.

앞에 앉은 택이 감시카메라가 나타나면 속도를 줄였고

그 외는 거의 180을 달린거 같다.

-뭐가 급해서 그러냐?

좀 천천히 달려...

-이런데서 달려보지 않음 어디서 달리냐?

-조금 빨리 달리려다가 영영 가면 어떡해?

난 오랫동안 살고 싶단 말야...

-그래 네 장수를 위해 천천히 달릴께...

오래 살아라 ㅋㅋㅋ...

-너도 임마 그런 심정 아냐?

-그렇지..

 

예식장은 1시 보담 1 시간 빠른 12 시에 도착했다.

너무 빨리 온것도 고역.

-어디가서 차 한잔 하고 갈래?

-가서 보자 누구라도 왔는지...

 

< 춘 >은 부부가 손님을 맞고 있었다.

안타까운건 그의 아내가 당뇨로 눈이 안보여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단 것.

그런데도 춘이 곁에 서 있었고 그걸 바라보니

안타깝다.

지난 번에 아들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딸을 시집보내는 경사가 있어선지 퍽 늙어 뵈는

춘이.

그 슬픔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장성한 아들이 얼마전에 먼저떠났단다.

 

-너까지 왔구나.

정말 고맙다.

난 생각도 못했는데....

-당연히 와야지. 헌데 임마 왜 나에겐 연락도 않했냐?

-총무에게 연락했더니 여기 회원에게만 했던가 보더라

미안하다.

조촐히 하려고 광주에 있는 동창에게만 연락했다는것.

 

낯 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 모였다.

-광양에서 제철소 근무하다 퇴직하곤 개인 택시 한다는 구 희봉.

-아직도  도로 공사에서 근무한다는 임 상호.

녀석은 공부도 잘했지만 어머니의 치맛 바람은 유명했다.

나이 차가 많아 뵈는 아내를 대동하고 왔다.

-금년에 전매청에서 퇴직한단 정 우형.

하두 변해서 첨엔 못 알아봤다

이 세 놈은 정확히 42 년만에 해후다.

1962년도에 졸업했으니 정확히 42 년만에 회후.

너무도 변했고 달라진 얼굴.

 

광주에서 모인 친구 11 명.

내려간 친구 4 명.

15 명은 예식이 끝나고 월드컵 경기장이 바로 보이는 곳에서

오리구이로 파티를 열었다.

부인을 대동한 친구 넷도 함께......

 

-서울과 광주의 동창회를 통합하자.

-1 년에 두 번을 함께 모이자..

이런 경조사엔 서울 광주 가릴것 없이 만나자.

좋은 애기들이 난무했고, 어릴적의 개구장이 시절을

떠 올리며 웃음판이 떠나질 않았다.

-석근 저 놈은 참 못생겼는데 이젠 괜찮네..

-야 임마 내가 왜 못생겼었냐.

여자들이 줄줄 따라 다녔는데...

-웃기는 소리..

 

-나도 만화 좋아했지만 너도 참 좋아했어.

그렇지?

너 그 만화 본것 중에 생각나는것 있냐?

-그럼...

박 기당 화가의 파고다의 비밀.

김 종래 화가의 엄마찾아 삼만리

지금도 그런 그림이 생생하다.

나와 어쩜 그리도 똑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걸까?

규민의 너무도 생생한 기억.

그랬었다.

박 기당 선생의 그 유려한 화체.

전설등을 소재로 그렸던 그 분만의 독특한 그림.

현대물이 아닌 고전물이 주류였지.

김 종래 화가는.

고전이라고 해도 조금은 덜 고전이랄까?

엄마 찾아 삼만리는 그렇게 고전을 소재로 한것은

아니었지.

 

공부 잘하고 그림 잘 그렸던 규민.

지금은 마치 철학가 처럼 긴 수염이 볼에서 턱으로

뻗어있다.

-넌,

임마 <관상 >본다는 간판 걸고 있으면 영락없이 속겠다.

-그렇잖아도 그걸 해 볼가 생각중이다.

어째 어울리겠냐?ㅋㅋㅋ..

 

어린 시절을 떠 올리며 시간 가는줄 모르게 떠들었다.

술도 많이 비우고...

 

-야 이 친구들 보내긴 아쉽지만 먼 거리니까 이만 보내주자.

총무를 보고 있다는 정 우윤.

그때가 4시 30 분.

이별이 아쉬어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만의 추억, 우리만의 잊혀지지 않은 기억들.

나의 모든 비밀을 그가 알고 있고 그의 모든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우리들.

50대 후반에 접어든 우리들이지만 마음은 하늘 처럼 푸르다.

 

-오지 못한 추억은 왜 이리도 눈물 겨운가?

 

오늘 길은 순탄했지만 안성 부근부터 막힌 도로

가다 서다 가다 서다가 반복.

차 안에 갖혀 있는 그 답답함.

-야 지루한데 이거나 듣자.

휴게실에서 샀다는 < 배호 >의 골든 디스크..

허지만 배호가 아닌 누군가가 모창을 했는가 보다

엇 비슷하지만 배호와 같은 깊은 애수가 절절히 가슴을

적시질 않는다.

-그럼 그렇지.

두개에 만원이라고 해서 싸다했지?

-어쩌냐?

배호라고 생각하고 들음되지.

-아닌걸 어떻게 그렇게 생각해.

 

꼬박 4시간을 달려 8시 30 분에 사당도착.

편안히 타고나도 피곤한데 운전한 ㅊ 는 얼마나 피곤할까?

-너무 고생했다.

어쩌냐, 이것도 친구때문인걸?

-뭐가 피곤하냐?

이 정도 갖고서......

< 목포 홍어회집 >

3합을 먹었다.

약간 삭은 홍어와 돼지 고기와 묵은 신 김치

그걸 싸서 먹음 궁합이 맞단다.

-야 이거 먹어봐

이게 몸에 얼마나 좋은데?

-난 징그러워 못 먹겠다.

그게 내장 아냐?

-간같은 건데 얼마나 고소한줄 아니?

택이와 ㅊ 는 잘 먹었지만 그런 것을 잘 먹지 못한 나

억지로 먹어봤다.

입속에 뭉클한 것이 별다른 맛을 느낄수 없었다.

 

반가운 친구들 만나고 축하해 주고 온 오늘의 남도길.

42년만에 해후한 반가운 얼굴들.

보고 싶었던 그런 친구들..

곁에 그렇게 반가움을 줄수있는 친구가 있단 것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의미있는 외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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