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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설레임으로 떠난 여행(3월 28일)

참으로 오랫만에 찾은 고향.

영란이와 동행하려던 계획이 혼자서 가야 한단

 것에 혼자서 떠났다.

차를 몰고 가려고 어젠 세차까지 했는데

갑자기 못가겠단 영란.

-이것 저것 준비하려고 학교에 가야해요.

전의 프로그램도 따와야 하고...

-그러렴...

말은 그랬지만 옆에 영란일 태우고 봄의 햇살이 솓아

지는 남도길을 상상했는데 접어야 했다.

 

다행히 평일이라 좌석표는 구할수 있었다.

<영등포 역>

시골에서 첫 출발해서 발 디딘 곳도 영등포였다.

1966년의 3 월 11 일 새벽.

그때의 감격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너무도 환희에 벅찬 세계가 있었다.

 

영등포 발 11시 12 분,

나주 도착 15시 37분,

꼬박 4시간 25분이면 간다.

바쁜게 아니라 천천히 갈 마음으로

<무궁화>호를 탔다.

그렇고 보니 무궁화호가 가장 급이 낮은(?)

열찬가 보다.

열차 여행이 하두 오랫만이라 어떤게 우등이고

어떤게 열등인찬지도 모르겠다.

낡은 의자의 천이 그걸 말해준거 같다.

 

늘 기차여행엔 책을 한 두어권끼고 다녔는데

맨 손이다.

순이와 그 아들인 조카의 추리닝 한벌씩을

가방에 넣은게 짐의 전부.

 

순간 순간으로 바뀌는 차창 풍경.

유리창을 열면 봄의 내음이 살랑 살랑

코로 스며들거 같다.

-쑥이며, 냉이며, 달래 냄새가....

 

점심은 간단한 김밥으로 대신했지만 그럴듯한 포장에

비해 내용물은 너무도 보잘것 없다.

-이러니 욕을 먹지..

김밥 하나론 대용식이 안될거 같아 다른것을 사먹어야

했다. 

-다른 와이프들 같으면 달걀이라도 몇개 쪄서 싸줄텐데

그런면엔 잼벵이니........

 

몇 시간이면 닿을수 있는 고향.

헌데 왜 기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집을 지키는 동생 < 순 >이 반갑게

맞이해주겠지만 늙으신 어머님의 반가움과

어찌 같을 손가...

 

2002 년 가을에 어머님 생신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에

 오를때 당신의 눈이 슬픔에 젖어 보였을때......

마치 마지막 이별을 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어머님의

모습이 처연스럽더니.......

그게 당신의 온전한 모습으로 마지막 뵌 것이었지.

<마지막 이란 것을 어떤 감으로 아셨을까?>

 

반가운 모습으로 맞이해줄 부모가 안 계신 고향

그건 외로운 방문일수 밖에 없다.

부모님이 존재하지 않은 고향.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리고 무슨 즐거움을 느낄건가...!!

맥빠진 귀향길.

 

-정겹고 한적하고 조용한 나주역사...

광주학생운동의 도화선였고 발상지였던 나주역사.

그런 모습으로 흑백필름속에서 볼수 있었던 목조건물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웅장한 모습으로 재현된 현재 역사..

1000년 목사골에 온것같지 않고 낯선 도시에 온거 같아

곧바로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조그맣고 초라하고 조용했던 목조건물이 좋았는데....

마침 잊고 지냈던 옛 고향을 찾아온듯한 기분을

만끽할수 있었는데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아쉽다.

 

5분이 될가 말가한 거리였지만 택시비는 너무 비싸다.

-왜 여긴 택시비가 이렇게 비싸죠?

-여긴 올땐 빈 택시로 와야 하니까 왕복요금을 받는

겁니다..

서울관 다르죠..

그럴듯하다.

그렇게 받아도 손님이 별로여서 입에 풀칠하기 어렵단다.

왕래하는 손님이 별로 없단 애기.

 

집에 도착하자 방안이 왁자지껄하다.

-아니 오늘 무슨 잔치날이냐?

왠 손님이 이렇게 많이 모였어?

-모이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벌써 술이 몇순배 돈걸까..

얼굴들이 벌겋다.

영길이, 진국이, 선식이 아내, 공수아내.

그리고 찬희 등등...

내가 오자 모두들 흩어졌지만 진국이 녀석은

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아 고욕였다.

술주정하는 사람을 제일로 싫어하는데 그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뜰줄 모른 녀석.

-그만 가서 자라.

너 너무 취햇어...

낼 보자...

억지로 떼밀어 보냈다.

그렇잖으면 밤을 새워야할거 같으니 어쩐담..

지겨운 일이지.

우선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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