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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시 자연의 품으로...

분당 제생병원은 서현역에서 바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생각 보담 큰 병원이다.

오후 부터 빗 줄기가 굵어져 외출하긴 좋지 않은 날씨지만 가지 않음 안되는

곳이 아닌가?

배란다에 온 화분을 다 내 놓고 보니 화초들이 한결 더 싱싱한거 같다.

이런 비는 화초들에겐 생명수 같은 것이겠지.

 

수원의 형님과 소주 한잔 하고 있으려니 성북동 매형도 오고 창현이도

왔다.

이런 굿은 일은 그래도 친척이 제일 아닌가?

 

87 년도에 호주로 취업차 떠난 미숙이.

40이 휠씬 넘었지만 아직도 솔로.

-넌, 그때나 지금이나 어쩜 그래로니?

살도 좀 찌고 그러지 너무 말라서 되겠니?

-저 더 이뻐지지 않았어요?

-그런가?

호주로 떠난 뒤로 처음인거 같다.

어쩜 그렇게 부모가 보고 싶지도 않은지 한번도 오질 않았을까?

돌아가시니 오다니...

과연 그런 자식이 필요한가?

무슨 사연이 있는진 몰라도 너무 한거 같다.

20년 만에 귀국이라니....

 

아들 하나는 40이 다되어도 결혼은 생각조차 하고 있질 않고...

막내는 건강이 좋지 않아 결혼할 처지도 못되고...

이래 저래 누나는 속이 얼마나 탈까?

-그렇게 살라면 차라리 호적을 파가라 했다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은숙이 직장과 남편의 직장 손님이 많아 조문객은 많았고

자리가 비 좁을 정도로 많은 화환이 다 무슨 소용인가....

가신 분은 이렇게 말이 없는데....

-19일 10시 40분 이 용옥 안치.

사무실에 써 있는 이름.

고인이란 말을 빼곤 이게 마지막으로 써진 이름일거다.

내일 6시 발인 성남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할 매형.

그렇게 허무하게 마감할 인생을 위해 그렇게 살았단 말인가?

한 평생을 그렇게 헌신만 하시다가 가셨으니....

남은 자식은 그런 아버지의 헌신을 과연 알고 있을런지....

 

시골에서 올라오신단 형님은 늦게야 출발한 바람에 10 시 넘어서나

도착할거란 애기.

또 만나면 술에 취해서 횡설 수설하실건 뻔한 것.

술이 원수지..

 

감기 증세도 있고 컨디션도 좋지 않고 해서 8시경에 나왔다.

-누나 일 잘 치르고 담에 또 뵈요

내일까지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요.

-아냐 아냐..

와 준건만도 고맙다.

누나의 얼굴이 더 평온해 보인건 왤까?

슬퍼 보이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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