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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1965년의 서울

1965 년 오늘,

처음으로 동경하던 서울을 찾아간 날이다.

서울에 매형이 살고 있었지만 매형은 한번도 서울에 오란 애긴

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란애기 뿐..

어려운 환경을 뚫고 공부해서 고시에 패스하면 앞날이 훤하게 핀다

는등..

 

서울서 내려온 종선이 따라 부모님 허락도 없이 그를 따라 나섰다

처음 가는 길이라 혼자서 간단 것은 상상도 못한 촌놈.

아버지가 항상 보관해둔 검은 지갑을 몰래빼내 약간의 경비를 갖고

야반도주..

-아니 오빠, 어딜가?

-나 서울 종선따라 간다.

나 기차 떠나면 아버지 한테 말해

가는 길에 진을 만났을때 당부했다.

 

12시간이나 걸린다는 머나먼 서울.

완행 열차 타고 종선이와 둘이서 줄행랑.

-너 갖고 있는 돈 모두 내게 맞겨 넌 위험해.

-내가 갖고 있을께 괜찮아.

-달라니까..

넌 안돼.

지갑채 맞겼다.

그를 믿었으니까..

 

종선인 나 보담 3-4 살 정도는 더 먹어서 어른 스럽고 믿음직스럽기

때문에 가만히 데려 달라 부탁했던것.

허나,

같이서 차를 타고 가면서 그는 죽 술에 취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돈은 모두 내 돈으로 쓴걸 모르고 있었으니..

알고 보니 차표마져 끊지 않고 우린 용산역에서 몰래 빠져 나왔다

서울역은 그냥 패스하기가 어렵단 그의 애기.

그를 따라 나선지라 어쩔수 없이 말을 잘 들을수밖에..

 

나중에 안거지만,

종선인 서울의 자신의 집에서도 대접을 못받고 돈 한푼 생겼다하면

술로 탕진하는 알콜 중독자란 사실을 알았었다.

-그래도 용타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동자동의 허름한 판자집에 살고 있던 정금 누나,

흥래 형님, 광래 형님과 정금누나는 모두 사촌간.

같은 친척끼리 그렇게 오손도손 모여 사는 것이긴 하지만

내 상상은 빗나갔다

가끔 시골에 내려오던 그 형님들의 멋진 모습.

잘 살고 있을거란 상상.

그건 기우였다.

집이라야 겨우 3-4 평이 될가말가한 작은 무허가 판자집.

하긴 맨 몸으로 떠난 사람들이라 어떻게 서울서 집을 마련하랴.

바로 서울역의 지척인 동자동에 그 정도의 판자집을 갖고 있단

것이 대단한 것..

 

며칠후에,

삼선동에 사는 매형 집으로 갔다.

전차를 타고 동대문에서 하차 하여 창신동 골목을 한참오르면 삼선동.

-왜 매형은 저 형님들과 함께 살지 혼자서 떨어져 살아요?

외롭지 않아요?

-저 형님들의 집이 그게 집이냐?

우리 집은 이게 그 집에 대하면 대궐이야 대궐.

하긴 그랬지.

산 중턱에 위치한 집이긴 해도 대지가 한 50 여평은 되어 보였으니..

다닥 다닥 세를 놓아 그런데로 여유는 있었보였지만..

어찌나 구두쇠던지 명소한번 델고 가질 않았다.

겨우 돈 들이지 않고 구경시켜 준 곳은 동대문 시장이 고작.

 

저녁밥을 먹고 성위에 오르면 저 멀리 남산의 불빛과 서울역 부근의 휘황한 네온사인이

명멸하고 있었다.

그 곳의 도심만 휘황 찬란할 뿐, 바로 곁에 있는 미아리 고개는 컴컴한 암흑.

두형일 안고 성위에 올라 쉬원한 바람을 쐬고 들어오면 매형은 그때까지도 귀가

하지 않고 있었다.

동대문의 상가에서 일을 하고 있던 매형.

누님은 누님대로 한푼이라도 벌려고 행상을 나갔고..

 

-매형,

이 정도 살면 누나옷도 좀 사주고 편히 사세요 왜 그렇게 힘들게 사세요?

세도 나오고 매형도 벌고 하는데 ......

-젊어서 벌어서 늙어서 편히 살아야지.

돈 없어 봐라

늙으면 얼마나 서러운지 아냐?

우린 나중에 늙어서 편히 살려고 그래.

-그래도 그렇지.

현재는 뭐 중요하지 않나

-넌 몰라 임마...

매형이나 누나나 입는 옷을 보면 촌티가 풀풀 하는 옷을 입고

있었다.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로...

 

그렇게 구두쇠처럼 모으기만 하던 매형.

누구 한테 한푼도 쓸줄 모르던 매형.

언젠가 노름에 빠지더니 그 집조차 남의 손으로 넘어갔고

서울에서 빈 몸으로 자신의 고향으로 귀향했지만...

그게 홧병으로 또 다시 정신병으로 발전하여 결국은 황용강에

익사체로 발견되어 한 많은 삶을 마감했었지.

매형의 죽음으로 겨우 행복한 삶을 살던 누나.

-니 매형이 죽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몰라.

얼마나 힘들게 살았으면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1965년의 여름에 갔던 서울.

모든게 화려했고 언젠가는 이곳에서 살고 싶었다.

당당하게....

-왜 나는 이런 활기 넘친 서울에서 살지 못할건가..

순천에서의 상경도 결국은 서울에 대한 동경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을까.....

 

은숙이 손을 잡고 경환이 손을 잡고 갔던 성남극장.

그리고 함께 갔던 남산의 팔각정.

그 어린애들이 이젠 40대라니...

세월은 흘렀어도 지금도 서울역의 밤에 나가면

< 칠성 사이다 스페시 콜라 >의 대형 네온싸인이

빙빙돌고 있을거 같다.

지금은 흔적조차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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