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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누나

누나의 전화다.

항상 밝고 명랑한 음성이 듣기 좋다.

이미 고희를 넘긴 연륜이지만 건강만은 좋은 편이다.

몇년전에 관절염 치료를 잘 못해서 약간 저는것 말고는 건강하다.

 

젊어선 잘못 만난 매형땜에 고생이란 고생은 안해본것이 없을 정도로 사셨던 누나

22살때 시집가서 여태껏 살아온 역정을 봐온거라 말은 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안다

작년에 칠순잔치에 갔을때 누나의 애길 하다가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래도,

다행히도 애들이 착하게 자라나 엄마의 고생을 다 알고 있는터라 효도하고 산다

지금은 막내 딸 집에서 애를 돌봐주고 살지만 힘들지  않단다.

조카가 부부 교사라 애 둘을 누나가 키웠지.

벼라별 고생을 다한 누나가 그 정도의 애들 키우는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누나는,

서울로 이사한후에 잠간 동안 그래도 행복했던거 같다

물론 그때도 누나는 돈을 벌려 장사를 했지만 그래도 번듯한 집도 있고

세도 나오는 집에서 살았으니 행복한 시절였을까?

매형의 도박으로 집이 빚으로 넘어가고 맨손으로 귀향해서 궁벽한 시골에서 고생한건

어찌 말로 다 할수 있었으랴...

도박으로 집을 빼앗기고 거지몸으로 귀향했던 매형은 결국은 정신이상으로 해매다가

익사하고 말았으니 그 인생도 기구한건 마찬가지.

매사 건실하고 착실한게 장점였던 매형이 도박에 손을 대고 빚으로 집이 넘어가고

정신이상을 이르켰던거 보다.

그런 정신이상인 남편과 농촌에서 살았으니 그 고생은 어찌 말로 할수 있을까?

 

누나의 행복은 매형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거 같다.

정신적으론 고통을 받질 않으니 살만한거지.

 

누나는 딸이 넷 ,

아들이 하나 지만 그 아들이란 놈은 집을 나간지 수십년이 되지만 찾아오질 않는단다

그 대신에 딸들은 하나같이 엄마의 고생을 봐온터라 잘 해 주고 있다.

내가 봐도 열아들 부럽지 않게 잘 하고 있다.

작년에 칠순잔치에 갔더니 얼마나 딸들이 잘 하던지..........

하긴,

그렇게 고생해서 키운 자기들을 몰라 본다면 것도 도리가 아니지.

젊어 한때의 고생은 보약같은것

허나, 누나는 한때가 아니었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당신은 모든것을 포기하고 그렇게 애들 키우기에 온갖 정성을

다 했다.

그래서 노후에라도 애들에게 좋은 엄마로 기억되고 대접을 받으니 흐믓하다.

 

-누나,

너무 고생했으니 이젠 편히 놀고 놀러도 다니고 그래.

애들에게 용돈도 풍족히 달라하고...

-그럼 애들이 말 않해도 다 잘해

용돈은 있지.

내가 뭐가 부족하것냐..

편하다.

-그래, 누나가 그렇게 사는걸 보니 나도 좋아

그렇게 고생한 보람이 있는거 아냐

누난,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어려운 시절에도 매형몰래 용돈을 가끔 보내 주었던 누나.

까마득한 예전의 일들이다.

부모님은 가셨어도 부모님처럼 든든한 누나가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더욱 좋다.

이것도 내가 받은 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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