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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고향 유감

고향에 들어서면 마음은 늘 소년처럼 들뜬다.

철부지 소년처럼...........

그 날도 택시타고 갔지만 동구밖에서 내렸었다.

달랑 배낭 한 개뿐인 가벼움도  있었지만, 논둑길을 천천히 걷고 싶은 맘때문였지.

그 길을 걸으면서 추억에 젖어보고 그리운 얼굴도 그려보고.....

동구밖에서 마을까진 6-700m 정도나될까?

마을을 빤히 바라봄서 걷는다.

 

여느 동네나 비슷하지만.....

뒤엔 작은 야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안에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

초가지붕이 모여있던 동네가 더 다정스러 보였는데 지금은 모든 집들이 예전의 모습은

아니고, 조립식 현대식으로 변모되었다.

그래도,

멀리서 바라보면 여전히 다정한 모습의 동네.

여전하게 그대로다.

 

작은 신작로 길을 따라가면 길 양편으로 아람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가렸던 동산.

겨울에 늦게라도 오는때엔 숲에서 나는 바람소리가 왜 그렇게 무섭게 들렸던지...

그곳을 지나오려고 하면 옛적에 외할머니가 들려준 귀신애긴 왜 생각이 나는지..

머리가 쭈볏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땅바치>길.

숲으로 하늘을 가렸던 거긴 밭으로 변했다.

그 길따라 내려오면 흐르던 시냇가.

화섭이와 종남이와 물고기 잡았던 시냇가.

물은 흘러도 이젠 시냇가 모습은 찾아볼수 없는 온갖 잡초가 우거진 하천

사람의 발길조차 닿지 않은 하천 같다.

지금도 여기서 붕어나 매기가 나올려나?

 

하두 감나무가 많아서 감나무 집이라면 다 알던 종남이 집.

집터는 온데 간데 없고 감나무는 여전히 예전의 모습그대로 많다.

-지금은 누가 그 감나무를 관리하고 사는지......

입이 커 매기라고 놀렸던 종남인 어디서 살고 있는지....

이렇게 좋은 감나무집을 놔두고 어디서 살고 있나?

 

그리고,

초라한 우리집 옆에 웅장한 자태를 자아내던 하동양반 댁.

초가집 일색이던 곳에 군계일학처럼 웅자하던 기와집.

젤로 부잣집였다.

항상 떠들썩 했고, 마굿간의 소 워낭소리가 그치질 않던 그 집.

농사도 많아 소도 많이 길렀던 것

들낙거리던 머슴들의 발거름과 삯일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이던 모습들.

덩그머니 그 모습만 예전 모습일뿐.......

폐허처럼 을씨년 스럽다.

-그렇게 들락거리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집을 위해 부지런을 떨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다들 떠났다.

주인도, 아들도....

그렇게 떵떵거리던 부자도 왜 그렇게 철저하게 망했는지...

마지막 그 집의 장자였던 태석.

밖으로만 배회하다 50이 될가 말가한 나이에 죽었단다.

다들 사라졌다.

 

그리고 영길이 집.

술취한 김에 실수라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화재로 위장해서 살인하고서 장사까지 지냈는데 들통나서

<존속살인>으로 7년형을 산 그 사람.

형을 마치고서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 집에서 그대로 사는 그 사람.

주위의 손가락질을 모르는지....

동네 사람들 부끄럽지도 않은지....

뻔뻔도 이 정도면 말 다한거지.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술이라도 먹으면 혼자서 엉엉 운다나 뭐라나..

왜 괴롭지 않을손가?

자신이 존속 살인잔데...

죽을때 까지 어떻게 그 죄를 씻을수 있을건가?

그런 탓으로 형제간과도 발을 끊고 사는처지.

그 정도면 사는게 아니지.

차라리 감옥이 낫지 않을까.

 

길 따라 저수지길로 오르면 창수집터.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늘 편지를 썼던 창수

늘 엽서였지.

정갈하게 쓴 글씨며, 멋진 문장.

늘 시처럼 썼던 편지.

-선, 우린 늘 타인처럼 먼 위치에서만 맴돌고 있어야 하나...

참 멋있게 쓴다고 생각했던 그의 글귀..

시 같다.

시골에 살면서도 늘 문학과 함께하고 시를 애기하고 사랑을 애기하던 그.

<렌의 애가>를 그 에게서 빌려서 봤던 기억이 새롭다.

한번 결혼실패와 두번결혼에서도 실패하자 한강에 몸을 던졌던 그.

-구질 구질하게 살바엔 차라리 한강에 투신한게 낫다.

말이 씨가 되어 버린 그도 고인이 된지 오래다.

 

그리고, 저수지 바로 아래.

금천댁의 집이 페허로 변해있엇다.

자식 3명과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서도 굳굳하게 고향을 지키시던 분.

외롭게 혼자서 사시더니 가신지 몇년되었지.

그 집터엔 그래도 누군가가 상추를 심었다.

남편복도 자식복도 이 분처럼 없는 분이 있을까?

장성한 두 아들이 알콜 중독으로 갔으니...........

운명이겠지.

 

저수지에 오른다.

여름이면 낮이건 밤이건 모여들던 이곳.

멀리 월정에서 불어오는 쉬원한 바람은 낮의 더위를 식혀줬던 저수지.

보드라운 풀에 눠 있으면 모기조차 달려들지 않았던 그곳.

쉬원한 바람때문였을거다.

그리고,

푸른물에 뛰어 들어 미역도 감고 조개도 잡았던 저수지.

모든 사람의 요람같았던 저수지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제방은 키 처럼 자란 잡초만이 우거져 있을 뿐.........

사람이 흔적은 찾을수조차 없다

어느 누구도 출입을 않는단 애기.

그 아래 주막집.

늘 막걸리 잔을 드리킨 남정네들의 거들먹 거림도....

술 내기 윷판을 벌려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던 거기도..

고요만 흐를 뿐.......

 

-왜?

그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까?

고향은 이렇게 잡초처럼 페허처럼 보일까?

 

너무도 예전의 모습을 갈망하는 내 탓이 아닐까.

세상이 다 변하는데.............

그렇게 변함에서 슬프다.

모든게 그대로 라면 어떨까?

나만의 이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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