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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누나, 그렇게 떠나시면 어떡해요?

-정자누나,

참 오랫만에 혼자 불러보는 이름입니다.

이제는, 영원히 지워야 하는 정 다운 그  이름.

언제 다시 불러 볼까요?

그리고,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비보입니까?

 

오늘에야,

당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았어요.

누나와 그렇게 친한 사인줄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는 동생 삼자.

너무도 야속했습니다.

-너무도 어쩌구니 없어서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하네요

그래도 그렇지..

세상이 어떻게 그럴수 있는지....??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손이라도 잡아드렸으면 덜 서운했을텐데....

너무 슬픔니다.

이런 현실이.....

꿈이었음 좋겠습니다, 정녕....

 

-누나,

요즘 어떻게 지내요?

-난,

늘 몸 건강관리하고, 수영하고 즐겁게 살아.

언제 시간내서 소주 한잔 하게 연락해라.

-그럴께요.

이런 대화 나눈지 불과 얼마전인데......

그 음성 너무도 생생하게 귀에 들리는데.....

가셨다니요, 이게 무슨 날 벼락인가요?

 

-정자누나,

생각나요?

사립문 옆에서 조용히 손짓하곤 손에 쥐어 주던 따스한 고구마 한개.

제 형제중에서 저 에게만 유독 그렇게 관심을 보여줬던 누나.

그리고, 당신이 서울로 이사갈때 나에게 넘겨준 작은 책상.

손때 묻은책상을 나에게 선물로 주고 떠난 누나의 관심과 정.

그때 얼마나  감격스러운 선물인줄 아세요?

너무도 갖고 싶었던 책상였거든요.

그 책상이 시골 골방에 지금도 있어요.

누나의 마음이 새겨진 그 낡고 작은 목조책상. 

차마 버릴수가 없어서요.

누나와의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는 것이라서....

 

그리고,

어느 해 여름밤.

장림의  남친집에 가면서 날 델고 가던 날.

이성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 날 델고 간거겠지요.

제가 편했나 봅니다.

동생들도 많았는데.....

오는 길에  과수원에서 복숭아 먹고 왔지요.

-오늘 누구에게도 말하지마 알았지?

이건 너만 안거야..

-걱정마..

그 당시엔 큰일날 일이라서 입단속을 했던거지요.

 

-정자누나,

저의 이상형이 누군줄 아세요, 바로 누나예요.

누나 같이 포근하고, 미인형의 여성을 만나는게 저의 소원였어요.

늘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으셨던 모습.

항상 넉넉하고, 이해심 넓으셨던 마음.

나에 대한 배려와 격려.

너무 생생합니다.

형과는 동창이면서도 한 마디 대화가 없으셔도 나완 그렇게 사이좋은 우리.

-네 형은 무뚝뚝해 재미없어, 그렇지?

 

매일 같이 대하던 모습이

어느 날,

서울로 이사가곤.....

어찌나 보고 싶고 서운하던지....

한 동안은 너무도 허전했어요.

눈앞에 아물거리곤 했지요.

간간히 오가던 편지.

그리고, 보내준 누나의 함박웃음 띤사진.

그걸 사진틀에 꽂아놓곤 보곤했지요.

 

-정자가 가족과 살기위해 술집에 나간다더라..

이런 소문들이 들렸지요.

누구하나 변변한 직업도 없이 무작정 간 서울.

목구멍 풀칠한다는게 어려운 시절였지요.

서울이든 시골이든 먹는 문제가 가장 절실한 60년대 초반.

맏이로써 동생들의 진로까지 책임져야 하는 위치.

동생들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살고 있다는 누나.

그 뒷바라지에 자신은 결혼까지 포기하고 살다가 늦게야 한 결혼.

전처의 소생이 있는 사람과 혼인했다는 것.

당신은,

정작 혈육하나 남겨놓지 못한채....

그게 다 가족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던가요?

어쩔수 없는 현실을 전 이해합니다.

 

처음 서울로 갔을때...

1974년 가을 이맘땐거 같은데...

동경마네킹 옆의 을지로 4가, 어느 다방.

누나와 헤어지곤 첨 봤지요.

한결 성숙해진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한 누나.

너무 반가워 두 손을 꼭 잡았던 우리.

-세월이 그렇게 흘러갔는데 누나는 여전해?

-너도 그런거 같은데 뭐.....

 

-정자누나,

혈압이 높았다곤 했지만...

가끔은 건강관리를 잘 하고 계신줄 알았는데...

단 한번의 뇌 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가셨다니요?

너무도 안타깝네요.

67세의 연륜.

아직도,

아니, 이제부터 좀 행복한 당신만의 삶을 누려야 할땐데......

어떻게 그리도 허무하나요?

 

눈을 감으니 주마등 처럼 스쳐가는 추억들.

그리고, 당신의 그 넉넉하고 여유로운 웃음들.

잊을수 없어요.

<허무>라고 밖에는.........

 

-정자누나,

이젠 이승의 모든 번민을 벗어버리고 편안한 안식을 취하세요.

명복을 빕니다.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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