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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송년모임에 만났던 <영>

항상 밝고 명랑한 모습이 좋아 학원에서 공부할때도 자주 커피타임을 가졌었다.

똑 같이 1차만 합격해서 그 이듬해 나란히 최종합격한것도 같다.

2년간을 같은 학원에서 대화하였으니 조금은 가까운 사이.

 

-이번엔 어떻든 들어가야 해요,남보기 부끄럽고...

제 머리가 이렇게 형편없는줄 정말 몰랐어요.

-뭐가 부끄러워...

우리같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야.

너무 자격지심갖지마..

자신감 상실이야 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야..

 

벼랑끝에 선 기분여서 였을까?

그녀의 노트는  어떤 주문처럼 되어있었다.

외우기 싶게 연관성을 지어 늘어논 문자.

문항 문항마다 모두 그렇게 연결시켜 놓았다.

이해만으로 되지 않아서 이렇게라도 해야 만 합격이 되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

-아니, 이렇게 많은것을 일일히 다 기억할수 있어?

너무 많잖아...

-반복적으로 하니까 되더라구요 노트 빌려드릴테니 복사하세요

저 만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겐 절대로 빌려주질 않거든요.

-암튼 고마워...

그 성의가 고마워 복사는 했지만 활용은 못했다

나만의 것과 혼돈이 생길가봐...

허지만, 같은 여자들에겐 빌려주지 않은 그녀만의 비밀노트를

나에겐 거리낌없이 빌려준게 고마웠지.

2년간의 대화가 그래도 전혀 의미없는건 아니었구나....

진실로 대화하면 통하게 되어있는것.

 

-영 부친 별세, 대림동 한독병원 영안실 2호.

뜬금없는 문자다.

 

몇몇이 연락을 해서 저녁에 가자했다.

2호선 대림역 6번출구 7시 30분.

10여명이 모였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도 모인 성의가 고맙다.

영이 그래도 조금은 메너가 좋은여자였나?

 

가깝고 넓은 성모병원을 두고 왜 작은 병원을 갔을까?

사용료가 비싸서 그랬을까?

비좁고 낡은 병원이라 영안실도 답답하고 좁다.

그 좁은 공간에 꽉 들어찬 화환의 행렬.

이건 공해다.

산자를 치장하기 위한 허식.

화환이 많으면 죽은자의 명예라도 올라간단 것인지...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본다.

 

다소곳이 맞은 영.

하얀 소복이 그러잖아도 갸냘픈 몸매가 더 가늘어 보인다.

여잔 소복을 입으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가 뭘까?

애잖해 보여서 그런가....

친정아버지란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눈.

여자에겐 친정아버지가 더 슬프겠지.

-와 주셔서 고마워요, 날씨도 추운데...

-아니 갑자기 가셨어, 연세는..??

-고혈압으로 어제 갑자기 쓰러지셨어요,그러곤 깨어나지 못하시곤 가셨어요

멀쩡하신 분이...78세죠.

-그 정도 사셨음 그래도 서운하지 않아.

가신분도 어쩜 그게 행복한 죽임인지도 모르고..

너무 슬퍼말아요.

 

왜 슬프지 않겠는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가셨으니...

주마등처럼 스치는 아버지와의 추억들이 가슴아프겠지.

-속을 썩힌일.

-아버지의 맘을 몰라주던 일.

-효도한번 제대로 못하고 보내드린것 등등.

 

밀려드는 조문객으로 긴 시간을 머물수 없었다.

너무도 좁은 영안실.

바래다 주러 나온 영의 모습.

커다란 눈이 더 휑뎅그레하다.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요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요.

누구나 다 이별하게 되어있는게 세상사 아닌가요?

-고마워요.

위로하러 간거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위로가 되는날은 한참을 기다려야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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