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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영웅

경호형은,

마을에서 우리들의 영웅였다.

부리 부리한 눈망울에, 쭉 뻗은 사지며 딱 벌어진 어깨.

우렁찬 목소리와 당당한 걸음걸이.

그가 나타나면 이웃마을 누구도 감히 어떻게 할수 없었고 슬슬 피했다.

보기만 해도 중압감이 드는 큰 체구때문에 그랬나?

 

 

경호형이 군대휴가 나와 들려준 영웅담은 침을 삼키게 했다.

-훈련소에서 같은 동료들이 벌벌떨게 주먹을 휘두른 애기며..

-자신의 주먹을 인정해 줘 모든것은 열외로 편하다는등...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터무니 없는 애기지만 그걸 믿었다.

그가 누군가?

우리의 영웅아닌가?

 

 

그의 부대는 맹호부대,

월남 파병부대로 혁혁한 전공을 세운 그 명성높은 호랑이 부대.

그 이름도 용맹한 맹호부대 용사였다.

경호형도 당연히 맹호부대의 일원으로 월남에 간것으로 알았는데...

훈련중에 탈영을 하고 말았었다.

군인 신분으로 사형선고와 같은 탈영.

가장 바참하고 대우받지 못하는 것이 바로 탈영인데 왜 그랬을까?

월남이란 전쟁터가 무서웠을까?

인명은 재천인데.........

경호형은 검거되어 군 형무소에 수감중이란 애기만 들었고...

 

 

입대후 한참 지난뒤에,

그 경호형을 내가 근무했던 부대서 재회했다.

이미 수감을 마치고 복귀하여 군무를 수행중였다.

파병했더라면 이미 제대한뒤였을 신분.

열열한 환대속에 명예롭게 제대했을텐데.....

 

 

-축 처진 어깨와 쇠잔해 보이는 몸매.

약간 부자유 스런 걸음걸이...

뇌리에 새겨진 영웅은 이미 아니었다.

우리부대 보급품 수령차 작업병으로 차출되어 왔다.

그때 까지도 진급은 정지되어 일등병 계급장을 달았고...

퍽 반가웠다.

경호형을 데리고 피엑스로 가서 맥주 한잔했었다.

-탈영병이란 사고자의 딱지로 항상 경계대상 인물이란것.

-탈영기간의 모든 날들을 완전 채워야 제대가 된단다.

젤로 견딜수 없는건 부대원들이 사고자로 대우하는 것이 괴롭단것.

그때서야 후회했지만 이미 엎지른 물.

.

 

경호형은,

그 전쟁이 두려워 탈영이란 카드를 꺼냈다가 힘들게 군대생활했다.

영웅의 이미지완 어울리지도 않게.....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인가.

월남에 갔더라면 전쟁영웅담을 재밋게 해 주었을텐데....

 

 

지금은 고향에서 촌부로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후회스런것이

바로 탈영이란다.

국가에 대한 죄책감에서 그랬을까?

외동딸을 부사관으로 보내 근무중이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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