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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불영사의 독경

윤선배,

선배의  여자친와 셋이서 등산했다.

석수역에서 출발하여 삼막사쪽으로 오르는데 강풍이 세차게 분다.

몇번이나  모자가 벗겨져 그걸 줍느라 혼났다.

엊그제 내린 눈때문일까, 아람드리 소나무가지가 부러져 있는 모습이 몇군데 보인다.

 

지난 토요일의 코스로 하산하려 했는데 오늘 윤선배 컨디션이 별론지 그냥 불영사에서

시흥 쪽으로 하산하잖다.

겨우 1시간 반정도의 등산이 아쉬웠지만 어쩔수 없지.

불영사 곁의 의자에서 간식을 먹었다.

바람이 어찌나 세찬지 준비한 동동주는 마시지도 못했다.

 

불영사(佛影寺)는 자그마한 암자정도지만, 위치는 절경중의 절경일거 같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깍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바라만 봐도 가슴이 서늘하다

부처의 상반신3명의 조각을  돌탑위에 새로만들어 놨다.

국내선 보기드문 모습의 3분의 부처상.

황금색의 인자한 모습이 햇볕에 반사되면 황홀할거 같다.

마치 캄보디아나 태국에서 보는 부처상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는게 이국적이다.

 

-불영사란 이름은 불상이 석양의 호수에 비쳐서 그렇게 부른거야.

부처의 그림자가 호수에 비쳐진다고해서 불영사란거야,알아?

윤선배가 설명해 준다.

듣고보니 바로 곁에 상당한 유서깊은 호수가 있다.

옛날의 돌로 하나 하나 호수주변을 쌓아만든 인공호수.

해질녁이면 부처상의 그림자가 호수에 비칠거 같다.

불영사란 이름이 그져 지어진 이름이 아닌 사연이 있었구나.

비록 사찰은 조그맣지만 유서은 깊은거 같다.

 

<무소유>의 저자며 평생을 청빈하게 구도하시다가 입적한 법정스님.

무소유란 아무것도 안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말란 의미라고

하셨던 법정스님.

모든 불행은 소유욕에서 비롯된것.

불필요한 것을 갖지않음 가벼워서 좋단다.

자신이 입적하면 장례식도 요란하게 하지 말고, 사리를 줍지도 말고, 탑도세우지 말고,

입던 그대로의 옷을 입고 떠나고 싶다 고  당부하셨단다.

무소유로 살다가 무소유로 가시겠다는 말씀.

빈 몸으로 편안하게 가는게 그 분의 행복일까?

자신의 저서도 더 이상 출간말란 말씀도 하셨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홀가분하게 떠나신 법정스님.

현세의 모든것을 정리하고 가시겠단 의도일까?

자신의 자취를 모두 거두고 편안하게 가시겠단 말씀인가?

어떤 흔적조차도 남기고 싶지 않으시다는 말씀.

무슨 미련이 있을손가?

불영사에서 들리는 구슬픈 독경이 오늘따라 더 처량하게 들린다.

마치 법정스님의 입적을 슬퍼하는거 같이...

우린,

또 한번 이 시대의 지성이자,정도를 걸으신 위대한 지도자 한분을 잃었다.

스님이기 전에, 약자의 편에서 바른 말씀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법정스님.

귀중한 소금같은 말씀으로 중생을 구도하셨던 선지자였던 법정스님.

스님의 극랑왕생을 빈다.

 

잠간 왔다가 가는 인생.

구름처럼 머물다 구름처럼 흘러가는 인생.

그 잠간의 삶을 우린 너무도 구차하고 탐욕스럽게 살고 있는거 같다.

달랑 빈손으로 가는 것을......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무소유>

하나 하나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할거 같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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