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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님이 그립다.

고모님은,

두분이 계셨다.

성산과 계리에 사시는 두 고모님.

성산사시는 고모님은, 거리가 너무 멀어 몇번 뵌적조차 없지만

계리 고모님은 가까운곳에 사시는 관계로 자주 뵐수 있었다.

 

조부님은,

딸둘을 출가시켰지만 성산으로 보낸 딸은 어렵게 사는 곳으로 가셨고

계리로 보낸딸은 그 당시론 양반집안으로 부유하게 사셨던가 보다.

극명하게 대비가 되었단다.

이게 다 여자의 운명이 아닐까.

아버지와 계리 고모가 뜻이 통했을까?

자주오고 가곤 한건 고모의 뜻이라기 보담 고모부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큰 아버지라곤 누구 하나 변변하게 공부한 분도 없었지만 아버진 그래도

엄격한 조부님 밑에서 그 당시의 한학을 한 탓에 고모부도 그런 아버지를

가까히 하곤 한거 같다.

말이 통하는 처남이라 그랬던거 같다.

자존심 강하고, 양반거드름을 피우시는 고무부라도 아버지 앞에선 그런 티를

내지 않고 퍽도 가깝게 지낸거 같아 보였다.

그건,

고모님의 배려가 큰것도 사실이지만...

 

형들에 치여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성장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누구보담 잘 아는

고모라서 그런건지 몰라도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각별했다.

 

연세가 많아지자 고모님은, 세째 아들따라 나주로 이사했다.

계리집은 두째가 관리하고 나주의 가구점은 그 당시론 호황였다.

상윤형님의 손재주가 좋아 일찍 부터 가구만드는 법을 터득해 돈도 왕창 모았었다.

차차 인근의 집도 사셨고 사업장도 확장하곤했었지.

그런 아들과 함께 사시는 고모부님.

부러울게 뭐가 있었겠는가?

그런 고모부가 부러웠던 아버진 형을 가구기술을 배우라 했지만 형은

취미에 맞지 않은지 중도에 그만뒀다.

아버지의 눈엔,

농촌에서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사시는 고모부가 퍽도 부러웠는지 모르지.

 

직장 관계로 한 6개월 동안을 그곳에서 숙식하고 다녔다.

대로변 위치한 가구공장이라 시끄럽긴 하지만 내돈 한푼 내지 않고서 다닐수 있는곳이

어디 있는가?

가끔 고모님은 고모부 몰래 당신의 용돈을 주곤했다.

-이건 네 아부지 고기좀 사다줘라.

아버지 용돈은 내것보담 월등히 많았지

나 보담 동생인 아버지가 당신은 더 소중한 혈육인거지.

 

당뇨로 76세로 세상을 뜬 고모부에 비함 고모님은 어쩜 조부님의 유전자를 닮아

조부님과 똑 같은 93세를 일기로 가신건지 모른다.

우연히라 하기엔 너무도 똑 같은 세상을 사신거다.

 

늘 정이 많으시고, 형제를 챙겨주시던 고모님.

가신지 한참 되었다.

하얀 피부에 늘 온화한 미소와 소곤거리듯 조용한 발음.

뚱뚱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체구의 모습을 보곤 조부님 보담

더 사실걸 예상했는데.............

운명은 어쩔수 없나 보다.

 

어렸을때 저수지에서 잡은 새우든 칼 조개든 송사리든...

특이한 고길 잡으면,

-이것 고모께 갖다주고 오너라.

늘 명령하셨던 아버지.

가까이 하는 큰 아버지를 제치고 그렇게 고모를 챙기셨던 아버지.

이젠,

하늘 나라에서 편하게 사이좋은 남매로 만날까?

문득 고모님에 대한 추억과 함께 그리워 진다.

한번 가시면 이렇게 허무한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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