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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이모님의 얼굴

어젠,

미아리 궁전예식장에서 이종사촌 경제의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축의금 관리좀 해 달라해서 미리갔다.

 

66년 초 봄.

경제와 둘이서 꿈을 안고 찾았던 신앙촌.

기대와 다름을 느낀 경제는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귀향.

-기왕 왔으니 좀 기다려 보자 뭔가 생기겠지.

-형,

난 여긴 내 취향이 아닌거 같아서 그냥 갈래

형이나 여기서 성공하게.

 

그리고 헤어져 우린 엉뚱한 길을 갔었다.

내가 공직에 투신해서 비교적 편한 길을 갔다면 경제는 험한길을 마다안고서

외길을 달려왔다.

-고물 수집을 마다않고 일관되게 달려온 삶.

1톤 트럭을 사서 전국을 다님서 고물을 수집해 판다.

그 만의 노하우.

번듯한 아파트도 사고 자식들도 번듯하게 길러 이번 결혼한 아들이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딸도 일류학교 졸업후에 좋은직장에 다니고 있단다.

경제가 복이 많아선가.

아빠의 힘든 생활을 매일 보고서 자란 애들이 바른길을 걸어온거 아닐까.

 

-첫 출발은 초라했지만,말년은 호화로운거 같다.

 

지난 4월 쓰러져 힘들게 삶과 죽음의 양쪽을 넘나들던 때.....

이종사촌의 위치면서 문안조차 오지 않았던 광복이, 진옥이.

대면이 불편한가 보다.

고개만 끄덕일 뿐 애써 외면한다.

양심이 있다면 그럴테지.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오지 않았다면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난,

잊지 못한다.

그건 남과 다를께 뭔가?

한 동네서 성장까지 함께 살았던 우리 이종사촌들은 남의 처지와 다르다.

그런 친근감은 친 사촌보담도 더 가깝게 살았었다.

-세월이 흐르면 정도 그렇게 말라 버리는가?

 

88세의 세째 이모님이 오셔서 그 얼굴에서 예전의 어머님의 얼굴을 보는듯했다.

아무리 달라도 역시 자매는 자매일뿐...

-이모,

어머님이 못 사신 세월까지 오랫동안 사셔야해요.

우린 이모님 얼굴을 보면 엄니 얼굴을 보는거 같다니까...

-오냐 오냐 오래 오래 살란다.

-이건 제 성의니까 잡수고 싶은거 사 잡수세요.

조그만 봉투를 드렸다.

마치 예전의 어머님께 드린 용돈처럼....

 

이모님의 얼굴을 대면한 순간 반가웠다.

거긴,

분명히 어머님의 얼굴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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