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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 또 일어서야조 : 5 일째

성북동의 매형

"성북동 호랑이가 바로 나야."

성북동 터줏대감이란 것을 자랑으로 으시대시던 <범 종근 > 매형.

자칭 성북동 호랑이란 닉 네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시던 매형이 사실 성북동에서

호랑이 노릇이나 한번 해 봤나?

깡다구가 세서 그 당시엔 어깨에 힘을 주고 걸으시던 멋쟁이 사촌 매형였지만

70을 넘긴 세월앞에 어쩔수가 없나 보다.

 

혈관이 노후되어 심장병이 의심되는 간혈적으로 오는 통증땜에 몇번을 쓰러져

주위사람의 도움으로 깨어났단다.

뇌로 흐르는 혈관의 70% 정도가 막혀 심한 상태인데 왜 의사는 아직은 수술단계가

아니고 약물로 치료를 하라는 것인가?

약을 먹음 일시적으로 좋아지지만, 근원적인 치료방법은 아니라 매사가 불안하

단다.

두주불사하던 애주가로 젊은 시절엔 술에 절여 누나를 상당히 애간장을 썩힌

문제가 많은 매형였지만, 지금은 말술 실력은 사라지고 온순해진건 건강이 허락해 주지 않아 어쩔수 없단다.

 

금화아파트가 헐려 어쩔수 없이 막내 동생과 하룻밤 신세를 지러 간 성북동 누나의 무허가 건물.

저녁내내 누나를 앞에 앉히고 술 주정을 보다 못해 뛰쳐 나올려했던 기억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은 매형에 대한 나쁜 추억.

"저런 남편과 한 평생을 산다는건 마치 지옥에서 사는것과 뭐가 다를까?"

견딤이 미덕인양 참고 사는 누나가 불쌍해 보였었다.

술 주정을 단 하룻밤 보는데도 질렸는데 그런 짓을 일상처럼 참아야 한 누나의

긴 여정은 지금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누나의 인생에서 이혼이란 상상도 못하는 것이라 참아야 하는 것이 숙명이었지.

 

건강하고 체격좋은 매형이 지금은 훌쭉한 50kg이라니 어떻게 믿겠는가?

불과 1년사이에 이렇게 병자인 노구를 이끌고 내 앞에 앉아있는 매형의 몰골은

전혀 딴 사람으로 보였다.

"이런게 바로 나의 얼굴을 보는것과 뭐가 다를까 나라고 해서 이러지 말란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네가 와준것만도 고마운데 무슨 봉투를 주고 그래? 나 부담스럽게...."

매사에 인정많은 누나가 내 손을 붙잡고 그런다.

같은 피를 나눈 형제라도 분당의 누나와 성북동 누나완 딴판이다.

매사에 너무도 냉혹하리 만치 경우에 맞지 않은 짓을 한 사람관 상대조차 않은 비정함을 보여주는 분당의 사촌누나는 차지만, 성북동 누나는 우선 정으로 접근하려고하고, 이해를 바탕에 깔고서 접근한다.

그래서 정이 더 간다.

4시간 정도나 머물면서 지나간 예전의 애기로 꽃을 피웠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거리는 호랑이 매형.

힘없고 병든 노구를 기대고 앉아 있는게 측은해 뵌다.

 

몇번이나 쓰러져 병실로 실려 갔다는 전력은 언제 또 다시 그런 변을 당해

어떤 운명을 맞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 모든게 술로 인한 병인은 아닌지.....

<술 앞에 장사없다>는 말.

매형은 이젠 알겠지.

항상 청춘인양 젊은 시절에 몸을 사리지 않고서 혹사한 것이 지금  병든 몸으로

보답하는거 아닐까?

 

너무 반갑게 맞아줘 자주 못와본게 외려 미안했다.

친척이든 형제간이든 자주 보는게 정도드는건 정한 이치다.

자주 자주 찾아와 뵙고 애기도 나눠야 겠다.

사람은 외로울때의 방문이 잊혀지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법이다.

보람차게 다녀온 오늘의 병문안은 잘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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