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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넘어지면 또 일어서야조 : 9 일째

<적막 산길을 너와 함께>

초겨울 잔볕, 그 따사로움에 흔들리는억새꽃들의 어룽거림이 눈물 나고나거기 언덕 아래 고만고만 엎어져 있는촌가들의 오랜 숨결과 푸른 벽공그 한 조각 계곡에 떨어져 이룬 호수서껀으레 거기 있어왔으나, 


그들에 대한너의 고요론 응시로 서러워지는 것들이여너와 함께 산길은 자꾸 깊어가고저 산 갈색으로 무너지다

 급기야잎 벗는 나무들은 정갈하고나가을에 그 나무들 밑에서 쌓인 낙엽을 밟으며세월의 퇴적을 묻고, 또 저 산 절집에자꾸만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이랑

이미 대수롭지 않았으나, 그들에 대한너의 크렁한 눈물로 절절해지는 삶들이여그래그래 그럴 수밖에 없고나너의 빛, 너의 사랑 한순간에 날려버린그 난바람 뒤의 쓸쓸함이 통하였으니추위에 듣는 길섶의 산국송이에서조차차마 눈길을 못 거두는


 너로 인해자꾸만 아득해지는 산길, 어쩌려고 난인제 차마 말해질 수 없는 것이 있고나세상의 눈물 나게 하는, 삶의 아름다운그 모든 것들이 담긴 네 글썽이는 눈빛,그 응시와 눈물을 훔쳐버린 나야말로너를 사랑하노라, 


그 빛 바랜 말 대신네 등뒤의 튼실한 후박나무쯤으로오랜 날들을 묵묵히 서야 한다는 것,때마침 동박새 한 마리 포르릉 날자적막 산길 저렇게 저렇게 맑아지는고나.


<고 재종 시인의 시를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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