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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라기
글쓰시고 싶으신 분 아무 분이나 남기세요.그런데, 너무 무미건조할까봐 미리부터 걱정되네요. ^^*
위대한 만남

인도의 위대한 신비주의자 '까비르'와 '파리드'의 만남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파리드는 제자들과 함께 순례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라나시 근처의 마그하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바라나시는 오랜 옛부터 힌두교의 성지로 불려 왔다.  바라나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아주 오래된 경전에도 바라나시가 언급되어 있다.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바라나시에서 죽으면 죄인이든 성자이든 상관없이 천국을 보장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물론 힌두교 승려들이 퍼뜨린 것이다.  그래서 바라나시는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초만원이다.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에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만은 할 수 있다.  바라나시에서 죽는 것.

바라나시는 참으로 이상한 도시이다.  사람들은 다만 죽기 위해 그곳에 간다.  죽음이 다가오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바라나시로 간다.  바라나시는 세상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그곳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댄다.

죽음이 언제 닥칠 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갑자기 죽어버리면 그의 가족과 친척들은 시체를 바라나시로 가져온다.  화장만이라도 거기서 하려고.  그러면 천국엔 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지옥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바라나시와는 정반대로 마그하르에서 죽은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누가 그런 생각을 퍼뜨렸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모든 생각에는 균형이 필요한 모양이다.  마그하르가 바라나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그런 생각을 적용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까비르는 평생을 바라나시에서 살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그는 제자들에게 마그하르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깜짝 놀라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그하르에 살던 사람도 죽을 때가 가까워져 오면 이곳으로 오는 판국입니다.  그런데 마그하르에 가시겠다니요?  스승님 혹시 정신이 어떻게 된 것 아닙니까?"

까비르가 말했다.

"나는 천국에 갈 만한 자격이 있을 때에 천국에 가고 싶다.  나는 바라나시 덕분에 천국에 가고 싶지는 않다.  사실 나에겐 지옥이 더 적당할지도 모른다.  거기서 난 어쩌면 원숭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비록 원숭이로 태어난다 해도 난 그것이 더 좋다.  적어도 그것은 내 힘으로 이루는 것이지, 바라나시의 덕을 보는 건 아니니까."

마그하르에서 성자가 죽으면 그는 원숭이로 태어난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까비르의 태도가 완강해서 제자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까비르는 마그하르로 갔다.  제자들은 마지못해 스승을 따라가야 했다.

그 무렵, 파리드 일행이 마그하르를 지나고 있었다.  제자들이 파리드에게 말했다.

"며칠 전에 까비르가 이곳에 살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스승님과 까비르가 만난다면 큰 경사가 될 것입니다."

까비르의 제자들도 스승에게 이와 똑같이 말했다.

까비르가 말했다.

"그러면 그를 초대하라.  우리는 그를 반갑게 맞을 것이다."

그리하여 까비르와 파리드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마침내 두 성자가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 껴안더니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우는가 하면 큰 소리로 웃었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말은 전혀 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별짓을 다했다.

양쪽의 제자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점점 지겨워지기까지 했다.

"이런 일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두 양반이 서로 손을 잡고 가만히 앉아 있는가 하면 울고 웃고 춤추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틀 동안이나.  우리가 기대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지 않은가."

이틀 후 파리드가 떠났다.  까비르는 그를 마을 어귀까지 배웅했다.  그들은 다시 껴안고 울고 웃었다.  하지만 양쪽의 제자들에게는 그 이틀 동안이 지긋지긋했다.  그들은 까비르와 파리드가 뭔가 그럴 듯한 말을 하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윽고 그들이 헤어지고 나자 까비르의 제자들이 화가 나서 물었다.

"우리는 굉장한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만남이 그렇습니까?"

까비르가 말했다.

"우리는 말할 게 아무 것도 없었다.  파리드와 나는 하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그에게 뭔가 말한다면 그건 곧 나 자신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런 쓸데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파리드 역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왜냐면 그가 아는 것은 나도 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아는 것은 그 역시 안다.  우리는 똑같은 경지에 있다.  우리가 운 것은 순전히 그대들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웃은 것은 우리 자신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대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춤까지 추지 않았는가?  더 이상 뭘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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